(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공기업 직원들이 해마다 받는 ‘복지포인트’를 두고, 이를 ‘근로소득’으로 보아 과세해야 하는지, 아니면 단순 ‘복지혜택’으로 보아 비과세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심 법원은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이 아니다”라며 공기업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국세청이 상고하면서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015년 귀속분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면서 복지포인트에도 세금을 부과했다가,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니다”라고 판결한 뒤 이를 근거로 2021년 3월 국세청(대전세무서)에 환급을 신청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복지포인트는 현금성 이익이 반복적으로 지급되는 것에 가깝고, 실질적으로 임금과 유사한 대가성이 있다”는 이유로 환급을 거부했고, 결국 양측은 소송으로 맞섰다.
대전고등법원은 2023년 10월 26일 선고에서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 보장을 위해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는 법이고, 복지포인트는 임금·근로시간·해고 등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보상이라기보다 ‘근로복지기본법’이 정한 복지제도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포인트 배정은 금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제도 설계 목적도 임금 보전이 아니라 선택적 복지를 통한 후생 증진에 있다”며 근로소득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전고법 2022누13617)
또한 법원은 “연말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복지포인트가 소멸되고, 상품권이나 현금 등으로 전환이 불가능하며, 사용처 역시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실상 ‘근로 대가’로 보기 어려운 점에서 임금이나 급여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 공무원 복지점수는 비과세, 민간은 과세…‘이중잣대’ 논란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공무원 복지점수’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매년 ‘맞춤형 복지점수’를 받는데, 그 점수를 활용해 의료비, 자기개발비 등을 지출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는 이를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반면 민간기업 복지포인트는 2019년 8월 대법원 판례 이후에도 여전히 세금이 부과된다. 당시 판례를 근거로 다수의 기업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복지포인트는 근로 제공과 밀접한 대가 관계가 있다”고 판단하며 민간기업 과세 처분을 정당하다고 봤다. 이로 인해 “공무원 복지점수는 비과세인데, 민간기업 복지포인트만 과세하는 것은 이중 잣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공기업’도 공무원 복지점수와 마찬가지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민간기업처럼 계속 과세 대상이 될지 여부다.
일단 대전고법은 코레일 복지포인트가 공무원 맞춤형 복지점수와 사실상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공무원 복지점수가 비과세되는 상황에서 오직 코레일 복지포인트만 과세된다면 조세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코레일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미 민간기업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는데, 공기업만 과세 기준을 달리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세청은 2심 판결 직후 즉시 대법원에 상고했고, 현재 대법원에서 본격적인 심리를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의 결론에 따라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물론, 공무원 복지제도 전반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