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모테기 등 비판…총재 선거 당기는 ‘리콜’ 요구도
야당 내각 불신임안이 변수…가결 땐 이시바 결단해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사진)가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 후에도 총리직을 유지할 뜻을 밝힌 데 대해 자민당 내에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물밑에서 총리 축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만 이시바 총리가 사퇴를 거부한다면 현실적으로 당장 교체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22일 요미우리신문은 아소 다로 자민당 최고고문과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이 전날 도쿄에서 만나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면 당에 대한 비판이 늘어날 뿐”이란 인식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아소 고문이 이시바 총리를 교체하기 위해 세 규합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소 고문은 자민당에 남은 유일한 파벌인 ‘아소파’의 리더이자, 2009년 당시 농림수산상이었던 이시바 총리의 퇴진 압박에 밀려 총리직을 내려놓은 악연이 있다.
전날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총리가) 당 최고 지도자로서 책임의 무게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직격했다. 자민당 고치현 지부는 총리 퇴진을 당 본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한 각료 경험자는 “총리가 계속 자리를 고수한다면 ‘리콜 규정’이라도 발동해야 한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자민당 당규상 국회의원과 광역지자체 격인 도도부현 지부 대표자 과반의 요구가 있으면 총재 선거를 앞당길 수 있다. 당 소속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7일 이내에 양원 의원총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규칙도 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 끌어내리기가 당장 현실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사히신문은 이시바 총리를 반대하는 자민당 의원들이 총회를 열어 퇴진을 요구하려 해도 집행부가 총회 개최를 막을 수 있다며 “총재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이시바 총리를 그만두게 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해설했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목표했던 50석 확보엔 실패했지만 이에 근접한 47석을 얻은 것도 이시바 총리에게 유리한 정황이라는 평가가 있다.
당내 이시바 총리 반대파 결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존 당내 최대 파벌이자 이시바 총리에게 비판적인 옛 아베파의 수가 중의원, 참의원 선거를 거치면서 급감했다고 전했다. 옛 모테기파, 아소파, 옛 기시다파 숫자도 줄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진퇴는 총리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총리 측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친이시바 성향의 무라카미 세이치로 총무상,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 아오키 가즈히코 관방 부장관은 선거 전날인 지난 19일 도쿄 한 호텔에서 만나 결속을 다졌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할 가능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야당이 합심해 불신임안을 가결하면 이시바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하거나 내각 총사퇴를 결단해야 한다. 다만 불신임안이 통과되려면 중의원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해 야당이 얼마나 결집할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