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원짜리 개 향수 나왔다…인간화 된 '내 새끼' 수백조 펑펑

2024-10-01

#지난 8월 돌체앤가바나가 출시한 99유로(약 14만원·100ml)짜리 향수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CNN은 "머스크와 샌들 우드 향이 섞인 이 향수는 사람이 아닌 반려견 전용"이라고 전했다.

#미국 반려동물 사료업체인 프레시펫은 매출이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내 개와 고양이에게 천연 재료로 만든 먹거리만 주겠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다. 윌리엄 시어 프레시펫 사장은 이코노미스트에 "반려동물이 점점 '인간화'되면서 회사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미국 등에서 반려동물을 자녀처럼 여기는 트렌드가 번지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지난해 반려동물에 1860억 달러(약 247조원)를 썼다. 이 금액은 2030년까지 2600억 달러(약 347조원)가 될 전망이다. 주인들이 반려동물 음식과 장난감, 털 손질, 수의사 진료 등에 돈을 쓰면서 시장이 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반려동물 시장에 쓴 돈이 육아에 쓴 것보다 많다"면서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위해 안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특히 사료 사업이 활황이다. 원래 초콜릿 등 식음료업체 마스는 지난해 매출 3분의 2가 반려동물 부문에서 나왔다. 로열 캐닌 등 사료 부문도 가지고 있는 마스는 수의과 병원을 수천 곳 운영 중이다. 식음료·생활용품 기업 네슬레와 콜게이트도 매출의 20%를 반려동물 사업부에서 올린다. 사료업체인 버터넛 박스는 완두콩과 저지방 닭고기가 든 사료를 내놨는데, 맛을 시험할 때 사람이 직접 먹어봤다고 매체는 전했다.

반려동물 지출이 급증한 계기는 코로나 19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동물을 기르면서 돈을 쏟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 2019년~2023년 반려동물 관련 소비는 연평균 11%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성장률(6%)을 웃돈다. 지난 10년간 반려동물 관련 소비(5%) 증가율보다도 높다.

"애완견 집, 마당→거실→침실로"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코로나가 끝나고도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는 계속한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관련 소비는 2.5% 증가할 전망이다.

물가 상승과 구직난에 시달려도 주인들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개·고양이를 자녀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사료업체 로열캐닌의 로익 무토 회장은 이코노미스트에 "반려동물의 집은 뒷마당에서 거실로, 침실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은 가족 구성마저 바꿔 놨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생)는 자녀를 두지 않고 반려동물을 기른다. Z세대(1997년~2013년생)의 '펫 사랑'도 증명됐다. 동물용 의약품 제조업체 조에티스의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틴 펙은 "MZ세대는 반려동물을 진정한 가족으로 본다"고 전했다. 미국 반려동물 제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Z세대 주인의 95%가 개에게 1년에 한 번 이상 선물을 사줬다고 답했다.

화장품·패션업체도 눈독

패션·화장품 업체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CNN은 "개가 낮에는 600파운드(약 106만원)짜리 프라다 재킷을 입고, 밤에는 915파운드(약 163만원)짜리 베르사체 침대에서 잠을 잘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세계 최대 향료 제조업체인 지보단의 질 안드리에 사장은 "반려동물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요즘은 아이보다 반려동물에 돈을 더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호주 애완동물 케어 브랜드 '도그 바이 닥터 리사'는 민감한 피부용 클렌저를 개 전용으로 내놨다.

다만 일부 동물 단체들은 개 전용 화장품·향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케임브리지 수의과대학 교수 도널드 모리스 브룸은 미국 CNBC에 "개는 후각에 의존해 사람 및 다른 동물과 상호 작용한다"면서 "향수·스프레이 등은 개의 후각을 교란하기 때문에 상호 작용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늘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는 552만 가구다. 2020년에 비해 2.8%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을 통해 2022년 8조원이었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를 2027년까지 15조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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