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마시는 공기의 질은 우리가 먹는 음식만큼이나 건강을 좌우한다.”
미국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의 이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사람은 하루에 약 1만5000ℓ의 공기를 호흡하며, 그 중 약 90% 이상이 실내에서 이뤄진다. 그 공기가 오염돼 있다면,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을 매일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서 실내공기의 중요성은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위험성도 쉽게 간과되며, 그 결과 실내공기질 문제는 장기간 방치되기 일쑤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실내공기오염에 의한 건강영향은 과학계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80년대 이전에도 주택 등 실내공기질에 대한 조사가 있었지만 관심의 정도는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공기오염물질과 관련된 건강영향을 고려하면 가장 중요한 환경은 실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서도,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실내환경이 공기오염물질의 주된 노출공간임을 강조하며 그 심각성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일찍이 반영하여 1997년 '지하생활공기질관리법'을 시행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오늘날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이르러 학교·지하역사·어린이집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시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관리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실내환경은 생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자, 보건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환경이다. 실내공기질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곰팡이, 이산화탄소(CO₂), 라돈 등 다양한 유해인자에 노출될 위험과 건강 위해 측면에서 핵심적인 요인이다. 나쁜 공기는 호흡기 질환, 심혈관 질환, 알레르기 반응, 면역력 저하를 초래할 뿐 아니라, 집중력과 작업 효율 저하로 이어져 사회·경제적 손실까지 유발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립환경과학원의 '실내환경 융합 실증 시험동' 개소는 국내 실내환경 관리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 시험동은 첨단 기술과 융합 연구를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실내환경을 구현하는 국가적 허브가 될 것이다. 특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연구 성과를 목표로 설계된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특히 실증 시험동에 주택을 모사하여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유용한 연구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이번 실증 시험동은 미세먼지, 실내 유해가스, 온·습도, 조명, 소음 등 다양한 환경 요소를 종합적으로 측정·검증할 수 있는 최첨단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실내공기질 개선 기술,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 친환경 건축자재 검증과 같은 실증 연구가 가능하며, 기업과 연구기관의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또 실내환경 분야의 표준화와 성능 인증, 기술 검증을 위한 시험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정책 수립과 규제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민감·취약계층이 생활하는 주거공간, 학교, 병원, 요양시설 등에서의 실내환경 개선 연구를 우선적으로 지원해,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연구시설 확충이 아니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실내환경을 향한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며, 보건학적 관점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기반 시설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민관산 협력을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이는 곧 환경질 개선과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양원호 대구가톨릭대 교수 whyang@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