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근시는 성장하면서 자연 회복?… No, 방치하다간 ‘실명’ 부르는 망막박리 위험 88배까지 증가 [부모 백과사전]

2025-08-31

백혜정 가천대 길병원 안과 교수

국내 19세 이상 성인 남성 96%가 근시

소아 근시는 ‘비가역적인 성장관련 질환’

고도근시 되면 망막박리 확률 22배 증가

조기 발견으로 ‘진행 억제’ 치료가 최선

아트로핀 안약·각막굴절교정렌즈 등 효과

“2000년 약 13억명(22%)이던 전 세계 근시 인구가 2050년이면 약 47억6000만명(49.8%), 즉 인구 절반이 근시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국내의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징집 대상인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경우 96%가 근시입니다. 과장되게 표현하면 지금 세상이 ‘근시에 미쳤습니다.’”

백혜정 가천대 길병원 안과 교수(대한사시소아안과학회 회장)는 지난 2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근시 증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소아 근시는 성인 이후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합병증 확률을 높이지만, 정작 이에 대한 경각심은 터무니없이 낮은 탓이다.

백 교수는 “소아에서 근시가 발생하면 연간 약 0.7~1 디옵터(D)씩 떨어진다”며 “이렇게 7디옵터의 고도 근시가 되면 시력을 상실할 수 있는 응급질환인 망막박리가 생길 수 있는 확률이 22배 증가한다. 7디옵터를 넘어서면 이 위험은 심지어 44배로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소아 근시를 조기에 발견하고, 최대한 근시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백 교수는 “소아 근시 진행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백 교수와의 일문일답.

-소아 근시가 왜 문제인가.

“근시는 소아기에 발생해 진행되면 되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성장관련 질환’이다. 고도근시가 되면 백내장(5.5∼12.4배), 녹내장(1.65배), 망막박리(21.5∼88배), 근시성 황반변성(40배) 등 다양한 합병증 발생 확률이 증가한다. 최근 근시를 늦출 수 있는 다양한 예방법이 개발됐기 때문에 소아에서 근시가 고도근시로 진행되기 전에 조기 발견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병원을 방문한 근시 환자 수는 줄었다.

“2015∼2024년 만 19세 이하 근시(H521)로 진료를 본 환자 수와 동일 연령대 인구 변화를 봐야 한다. 같은 기간 인구는 계속 감소 추세이기 때문에 총인구 대비 환자 수나 청구 건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왜 동아시아의 근시 발생이 더 많나.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추정 원인으로는 교육, 실내활동, 유전 등이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어릴 때부터 교육 강도가 매우 높아 근거리 작업이 증가하고 야외활동이 감소한다. 또 실내 생활이 다른 지역보다 높고 디지털 기기의 사용 비율도 높다. 동아시아 국가 출신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도 자녀 근시 비율이 다른 인종에 비해 높은 점으로 미루어 유전과 환경의 복합적 요인으로 추정한다.”

-8세 이전에는 시력이 발달하는 시기라고 하니, 이때는 시력이 더 좋아질 수 있는 것 아닌가.

“많은 부모가 오해하는 부분이다. 시력 성장은 ‘눈 자체의 구조적 발달’을 의미하고, 이는 굴절 이상인 근시와는 다른 이야기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6~7세에 근시가 시작됐다면 눈의 성장이 더 활발하기 때문에 근시도 더 빠르게 나빠질 수 있다.”

-소아 근시 치료는 어떻게 되나.

“정확하게 근시는 치료가 아니라 ‘진행 억제’다. 이미 생긴 근시를 되돌릴 수는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진행 억제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아트로핀 안약 치료다. 그다음이 각막굴절교정렌즈, 다음이 안경렌즈다. 아트로핀이나 각막굴절교정렌즈는 효과는 좋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소아 치료에서는 그런 약점을 상쇄할 만한 충분한 효과가 필요할 때 사용하게 된다. 안경렌즈는 비침습적이기 때문에 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치료 효과는 다른 치료들에 비해 약해 근시 진행이 아주 빠르지 않은 경우에 사용하거나 다른 치료와 병용하는 경우가 많다.”

-각막굴절교정렌즈, 일명 ‘드림렌즈’의 원리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구면렌즈는 렌즈 가장자리로 갈수록 빛을 굴절시키는 정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렌즈 중심부를 통과한 빛은 안구의 중심부 망막 표면에 초점을 잘 맺힐 수 있지만 렌즈 주변부를 통과한 빛은 안구보다 뒤쪽에 빛의 초점이 맺히게 된다. 초점이 안구보다 뒤쪽에 맺히면 안구 성장의 자극 신호가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안구가 길어지면서 근시가 유발된다고 추정한다. 따라서 주변부 렌즈의 굴절력을 높여 주변부 안구의 앞쪽에 빛의 초점을 맺도록 하면 근시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각막굴절교정렌즈는 주변부 렌즈의 굴절력을 높여 놓았다. 각막굴절교정렌즈의 근시억제효과는 많은 임상연구에서 확인됐고, 유사한 광학적 원리로 안경렌즈를 만든 것이 근시억제안경이다.”

-실제 억제는 어느 정도 되나.

“아트로핀의 경우 대조군에 비해 약 50~70%의 근시억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막굴절교정렌즈의 경우도 다양하지만 대조군에 비해 약 30~60%의 억제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치료를 갑자기 끊는 경우 근시 진행이 재개되는 경우가 있으나 근시 진행이 느린 연령(만 12세 이후)에서는 그 영향이 적다. 치료중단은 전문의와 상의해 선별적으로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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