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K바이오의 글로벌 도약 원년

2025-01-08

“지난해는 국내 바이오텍이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진 해였습니다. 올해는 국내 바이오텍이 글로벌 시장과 접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해가 될 겁니다.”

한 바이오텍 대표가 신년 인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는 국내 바이오텍들이 회복의 시기를 넘어 글로벌 도약을 본격적으로 실현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난해는 “이보다 더 힘든 시기는 없었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나올 정도로 혹독한 시기였다. 벤처캐피털의 바이오 산업 투자액은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은 전년 대비 15% 삭감됐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등 플랫폼 기업들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을 확대하며 한국 바이오 산업의 기술을 입증했다. 국내에서는 두 개의 국산 신약이 추가로 허가됐고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는 국산 항암 신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한국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화가 본격화되는 해’로 정의한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모델은 다양화하고 R&D의 초점은 비만 치료제, 희귀 질환, 항암제, 첨단 바이오의약품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연초부터 기술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는 곳이 가시화되면서 ‘제2, 제3의 렉라자’ 탄생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텍들이 주가 등락을 의식해 실패나 시행착오를 감추려는 관행이 여전한 만큼 경계가 필요하다. 대규모 자금 조달, 임상 실패, 허가 실패 등을 연휴를 앞두고 몰아서 공시하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 관행이 대표적이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기업 운영이야말로 바이오 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바이오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도 필수다.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첨단바이오재생법 개정안 시행은 업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멈춰 있던 바이오 산업의 시계가 다시 활발히 움직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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