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韓 시스템반도체, 설계 최적화 위한 업무 효율화 시급

2025-01-07

대만은 시스템반도체 강국이 되어 가고 있다. TSMC라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서의 거인을 앞세워 미디어텍이라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업체도 탄생했다. AP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업체다.

미디어텍은 알고리즘이 가장 중요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ARM의 순정 시스템을 사용한다. ARM 반도체 설계자산(IP)은 누구나 살 수 있지만 미디어텍과 같은 경쟁력 있는 시스템온칩(SOC)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세계에서 2~3개뿐이다.

대만 사례에 비춰 우리나라의 시스템반도체 산업 성장이 어려운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논문의 수준과 양은 대만을 앞지른다. 다만 최적화 과정보다 특정 알고리즘에 가중치를 많이 두는 경향이 있다. 학생 시절부터 이론과 정답 중심의 학습 방식에 익숙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 경쟁력 있는 SOC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 알고리즘에서의 우위 확보하기보다 최적화에 집중해야 한다. 알고리즘 우위에 의해 경쟁력을 갖춘 회사는 사실상 ARM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시스템반도체 기능은 잘 만들어진 IP를 구매해 구현할 수 있지만, 동일한 IP를 사용하더라도 성능 차이가 있는데 이는 최적화 때문이다. 그것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최적화를 진행해야 한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TSMC는 다른 파운드리와 동일한 장비를 사용한다. 다른 회사는 수율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TSMC는 안정적 수율을 뽑아내고 있다. 반면에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공정을 먼저 상용화한 경쟁사, ASML의 '하이NA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먼저 도입한 경쟁사 등은 고전하고 있다. 특정 기술 또는 장비가 반도체 성능과 수율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오히려 작은 기술들을 꾸준히 쌓아오고, 이를 최적화하는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TSMC만의 보이지 않는 기술이라는 것은 없다. TSMC의 기술은 누구나 다 알지만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라면 대부분 어디서 무슨 기술을 사용하는지 알고 있다. TSMC 장점은 장비, 인력 등의 조합을 최적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에 있다. 이 프로세스가 압도적 격차를 만든다.

사실 시스템반도체 디자인에 있어서도 코딩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회사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오히려 기능의 정상 동작 여부와 오류 해결을 위한 과정이 30~40%, 최적화된 배치나 조합을 찾는 논의 비중이 50~60% 수준이다.

시스템반도체 만들려면 수많은 팀이 모여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CPU 코어수, SRAM 채택 여부, 전력 할당, D램 용량 등 결정해야 하는 많은 부분이 존재한다. 시뮬레이션이나 툴을 이용해 최적화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그 정도의 고도화된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논의는 문서를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현재 이러한 과정에 너무 많은 시간 쓰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의 비효율성을 줄여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데이터 전달이고, 반도체의 설계 데이터는 정형화돼 있다. 그동안 이러한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적절한 도구가 없는 것이 시대적 문제이자 한계였다.

개발자들은 비지오, 엑셀, 워드 등의 양식으로 로(Raw) 데이터를 각각 작업하는데, 양식을 통일하고 데이터 정합성을 맞추는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프로젝트 진행 상황도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는다. 적절한 도구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부서 간 협업에 필요한 단순노동의 시간을 줄여야만 더 많을 시간을 최적화에 할애할 수 있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특정 기술이 마법처럼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히려 모든 기술이 편차 없이 중요해지고 있고, 이를 조합하고 최적화 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만큼 최적화를 위한 프로세스 정립과 업무효율성 개선을 위해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호연 잇다반도체 대표 hoyeon@itdasem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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