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두고 정부와 여당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15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 중 하나로 ‘보유세 현실화’를 언급한 것과 달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보유세 인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보유세를 올리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까. 국제 사례를 보면 보유세 인상이 주택 가격 상승률 둔화로 이어졌지만 한국에선 세제 개편 효과가 불분명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증세와 감세라는 냉·온탕을 오가며 조세정책이 일관성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조세정책을 일관성 있게 펴되,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보유세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국제사회의 부동산 보유세 논의 방향과 거시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6개국의 1995~2019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유세 인상이 주택 가격 상승률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가 1%포인트 오르면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은 1.151%포인트 하락했다. 총조세 대비 보유세 비율이 1%포인트 늘어나면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은 0.414%포인트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세가 늘수록 주택 보유 비용이 증가해 기존 주택의 매도 압력이 커지고, 주택 매수세는 약화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부동산 보유세가 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가 적지 않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8년 ‘부동산 보유세의 세 부담 및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 논의 시점에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도입 이후엔 아파트 가격 상승률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국토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부동산 세제의 시장 영향력과 향후 정책방향 연구’ 보고서에서도 재산세(보유세)의 변화는 부동산 거래량이나 가격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부세 중과 역시 주택 매입 감소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종부세가 실효성 있는 가격 안정화 수단으로 작동하지 못한 이유는 ‘예외 조항’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은 “종부세가 제도 도입 목적과 다르게 인별 합산 과세,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경감, 과세표준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적용 등으로 세 부담을 낮추는 형태로 운영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정 시기에 부동산 시장이 세금 효과를 상쇄할 정도로 과열됐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2021년 ‘재산세·종부세의 역할 정립을 위한 보유세제 재설계 방향’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재산세율을 높이더라도,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세 부담 인상 효과를 상쇄할 만큼 크다면 주택가치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세정책이 냉·온탕을 오간 것도 문제로 꼽힌다. 종부세법은 2005년 제정 이후 13차례나 개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최대 6%까지 올렸으나, 윤석열 정부는 2022~2023년 다시 세 부담을 낮췄다.
조세정책에 일관성이 없으면 ‘버티자’는 심리가 커질 수 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종부세를 강화해도 다주택자들은 소나기를 피하자는 생각으로 보수정당이 집권하기만 기다리면서 버티기로 일관하는 바람에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적었다.

주택 가격 억제 효과와 별개로 조세 형평성, 불평등 완화라는 측면에서 보유세에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자유연구소’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0.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제 규모 대비 높은 부동산 가격 수준에 비해 세 부담은 낮은 셈이다. 특히 보유세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실거래가의 70~80%이고,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60%(1주택자는 43∼45%)을 곱해서 세액을 정하기 때문에 실제 부동산 가치 대비 세 부담이 낮은 구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제사회는 불평등 완화를 위해 세제 측면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며 “일관적·지속적·체계적인 부동산 정책을 마련하되,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높이면서 거래세를 낮추는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보유세 인상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당정이 한 목소리로 일관되게 시행하지 않으면 정책 신뢰성 문제가 생기면서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조세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전 정부의 ‘종부세 완화’부터 예전 수준으로 돌려놓고, 당정이 일관되고 장기적인 부동산 세제 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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