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위안부 합의 뒤집지 않겠다"…"日 매우 중요한 존재"

2025-08-21

취임 이후 오는 23일 첫 일본 방문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위안부 합의, 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한국 국민으로서는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합의”라면서도 “국가로서의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9일 서울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이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 내용을 21일자 조간신문 1면을 비롯해 총 9개 면에 걸쳐 다양한 해설 기사와 함께 다루며 비중 있게 소개했다.

위안부 합의, "대외 신뢰·국민 감정 동시 고려"

오이카와 쇼이치 요미우리신문그룹 대표·주필이 약 1시간 30분간 진행한 이번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기존 합의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과 국가의 대외 신뢰를 생각하는 한편, 국민과 피해자·유족의 입장도 진지하게 고려하는 두 가지 책임을 동시에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일본 아베 신조 정권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합의했고,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소송 해결책으로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 대신 배상금 등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제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해결안에 반대해 왔다. 이 대통령은 위안부, 징용 등 역사 문제가 한국 국민에게는 “매우 가슴 아픈 주제”라면서도 “되도록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 대립적으로 되지 않도록 하면서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상은 부수적일 수도…인간적 접근을

특히 역사 문제에 대한 ‘인간적인 접근’을 제안하며 진심 담긴 사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적 문제라기보다는 감정적 문제이므로 진심으로 피해자에 대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며 “현실적인 배상은 부수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경제적 측면이 전면에 부각돼 마치 양국이 돈 문제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고,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것처럼 변질되고 있어 매우 가슴 아프다”며 “한국과 일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더 인간적인 관점에서 깊이 고민해 진지하게 논의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셔틀외교 중요, 새로운 한일공동선언 의지

이 대통령은 일본을 “매우 중요한 존재”라고 표현하며 경제·안보·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한국 속담을 언급하며 양국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자주 만날수록 친해지고 긴밀한 신뢰가 쌓이는 법”이라며 “이번에 제가 먼저 조건을 달지 않고 방일하는 만큼, 일본 총리도 시간이 허락할 때 한국을 방문해 수시로 왕래하면서 국민 간 교류도 확대하고 실질적인 협력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한일이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한일관계에 새로운 구분점을 만들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선언을 계승해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면 좋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양국 간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한 달간 시범적으로 운영됐던 한일 전용 입국심사 레인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면 재설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산물 조기수입재개, 아직은 곤란

다만 이 대통령은 일본 측이 요구하는 후쿠시마 등 8개 현 수산물의 조기 수입 재개에 대해서는 아직 곤란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이미 일본산 식품을 즐기고 있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해서도 “한일 간 관광 활성화는 양국 관계에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라면서도 “일본 일부 지역 수산물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신뢰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신뢰 회복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솔직한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평화적으로 공존해 서로 위협이 되지 않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와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목표하는 바는 한반도 전역의 비핵화지만, 이는 말로만 외치는 것으로 실현될 수 없다”며 “1단계에서 핵과 미사일(개발)을 동결시키고, 2단계에서 축소시키며, 3단계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 해결 노력에 깊이 공감한다며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반드시 해결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3국 협력 중요 재확인

일본에 이어 미국을 방문하는 이 대통령은 “한국에게 한미동맹은 극히 중요하고, 일본에게도 미일동맹이 극히 기본적인 축이 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한미일 3국 협력도 극히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미, 한일, 한미일 협력이 강력한 토대가 돼야 한다”며 “경제든 안보든 기본적인 축이 되는 것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관계”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임 정권이 수립한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 계승에 대한 질문에는 “전 정권의 정책을 무조건 계승하거나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로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에 바탕해 각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윤석열 전 정부는 2022년 중국을 염두에 두고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반대’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담은 독자적인 인도 태평양 전략을 내놓으며 대(對)중국 정책에서 미국, 일본과 보조를 맞췄다.

日, 처음엔 인상 안좋았는데…

인터뷰에서는 일본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상이 반전된 계기도 소개됐다. 이 대통령은 “실은 처음에는 일본에 대해 그리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변호사 시절 업무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생각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일본 국민의 밝은 표정, 겸손한 태도, 성실하고 근면한 자세, 아름다운 풍경은 그때까지 갖고 있던 이미지와 완전히 달랐다”고 회고한 뒤 “그 후 개인 여행으로 두세 번 정도 일본에 다녀왔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일본의 위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관심도 나타냈다. 도쿠가와의 전국 통일을 다룬 장편 역사소설 ‘대망’을 수년에 걸쳐 읽은 일화를 언급하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내심을 개인적으로 존경하게 됐고, 정치 세계에 입문해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부분도 매우 많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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