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론 박수를 칠 수 없다

2025-08-20

김승종 논설실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부부장이 지난 19일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 화해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을지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작은 실천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김 부부장은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비난한 후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그런 결의를 저 혼자 아무리 다져야 무슨 수로 실천하겠는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우리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고장난명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외로운 손바닥(한 손)은 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의미다.

이 사자성어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한비자(韓非子)의 저서 ‘한비자’ 공명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군주는 일을 할 때 신하가 호응하지 않는 것을 걱정한다. 그래서 ‘한 손으로 박수를 치면 아무리 빠르게 쳐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一手獨拍 雖疾無聲·일수독박 수질무성)’고 말한다”는 구절이 있다. 후세에 이 ‘일수독박 수질무성’을 고장난명으로 줄여 썼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비자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도는 군주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신하들의 협력 없이는 치세를 누릴 수 없음을 강조하려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고장난명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보다 나은 성과를 만들어내자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대통령실이 김 부부장의 비난 발언에 대해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해 표현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히면서도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은 남과 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김 부부장이 언급한 대로 한쪽 손으로 박수를 치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뒤따라야 남북이 공존할 수 있다.

▲남과 북을 떠나 국내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선된 후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악수를 거부하자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저도 사람하고 대화를 한다”며 맞대응했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제 갈 길 가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고장난명 정국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