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에 고객 차단권 준 플랫폼

2025-11-18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퇀은 지난달 저장성 샤오싱 등 7개 도시에서 배달원을 위한 특별한 기능을 도입했다. 무례한 요구를 하는 고객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배달원 1명당 1년에 2명의 고객을 차단할 수 있다. 손님도 평가 대상에 오른 것이다.

중국 플랫폼에서도 배달원들의 서비스는 후기와 품평의 대상이 된다. 메이퇀의 배달원 페이지에서는 제3자가 해당 기사의 정시 배달률, 배달거리, 사용자 리뷰, 서비스 만족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특별히 악평을 남기지 않아도 배달이 늦어지면 배달원은 벌금을 내야 한다. 악평으로 인해 평점이 떨어지면 배달원은 주문 배치와 수수료 책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이 점을 이용한 악성 고객들이 생겨나 사회적 문제가 돼 왔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고객에게 폭언, 욕설, 모욕을 당했다는 배달원들의 하소연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 달라고 하는 요구를 거절하니 ‘후기 테러’로 보복을 당했다는 경험담도 있다.

모욕에 분노한 배달원들이 집단항의에 나선 일도 있다. 지난해 8월 항저우에서 한 배달원이 아파트 화단을 가로지르며 배달하다 난간을 훼손했다. 경비원이 배상을 요구하자 이 배달원은 다른 배달이 늦어질 것을 우려해 200위안(약 4만원)을 물어주고 무릎을 꿇었다. 이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자 항저우의 다른 배달원들이 아파트 단지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했다. 배달원들은 출동한 경찰에게도 물병을 던졌다. 난간 배상비는 배달원 소속 플랫폼인 메이퇀이 지불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JD닷컴이 올해 음식배달업에 진출했다. JD닷컴은 지난 2월 ‘우수한 배달원’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정규직 배달원 고용과 더 나은 사회보험료 지급을 약속했다. 올해 상반기 배달시장 과열로 발생한 일은 음식점에 부담을 떠넘기는 ‘0원 배달’이었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와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배달서비스 이용자는 5억4500만명에 달하며 플랫폼에 소속된 정규 배달원만 2023년 기준 1300만명이다. 배달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실업을 흡수했고 취업난에 몰린 청년들까지 받아들이며 ‘거쳐 가는 직업’이 아니게 됐다.

중국 정부는 ‘내권(안으로 말려듦)’으로 불리는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복병이라고 여기고 해결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2026~2030년 중기 계획인 15차 5개년 계획에도 반내권 정책이 명시돼 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배달원의 사회·경제적 권익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부정경쟁방지법을 제정하는 한편 배달 플랫폼 대표들을 모아 경고하고, 지난 7월 배달플랫폼 어러머의 전 간부를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했다. 당 체제에 편입되지 않는 독립노조가 허용되지 않는 대신 당 배달원 지부를 만들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메이퇀은 배달원의 고객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며 화답했다.

배달원을 포함해 광범위한 인구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플랫폼 대 노동자’와 같은 갈등 구조를 만들지 않고 ‘기술로 인한 착취이니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 두드러진다.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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