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슬립테크 가전, 기준이 없다

2025-10-29

한국인 60%는 잠이 부족하다. 수면 부족이 삶의 질 저하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짐에도 이를 늘리긴 좀처럼 쉽지않다. 우리 몸은 수면 부족에 삐걱거린다. 이를 눈여겨 본 가전 기업들은 하나둘 수백만원짜리 슬립테크 가전을 선보이고 있다.

꿀잠을 보장하는 장판부터 수면을 유도하는 안마의자, 자는 모양에 맞춰 변화하는 매트리스 등 첨단 기술에 인공지능(AI)이 수면을 보장한다는 광고에 지갑을 여는 사람도 늘었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 수면 산업 시장 규모는 3조원대에 이른다.

다만 대다수 슬립테크 가전은 잠을 재워주는 것이 아닌 잠을 측정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측정 단계에서 사용자 뒤척임과 심박수 등을 기록하는 수준이다. 아침에 소비자가 받아보는 것은 0점에서 100점까지 수면 성적표다.

진화한 슬립테크 가전도 만족하기 어렵다. AI 매트리스가 코골이 등을 감지하면 이를 완화할 자세로 매트리스가 조정되거나 잠자리 장판 온도가 낮춰지는 수준이다. 이같은 미세조정이 과연 비싼 값을 할 지 알 길이 없다.

진짜 필요한 것은 검증된 효과다. 하지만, 기준이 없는 현실이다. 식약처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안마의자와 달리 슬립테크 가전은 이를 평가, 입증할 인증이 없다. 모호한 영역에서 민간 인증과 기업별 연구 결과로 성능을 주장할 뿐이다.

슬립테크 가전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기업은 공신력 있는 의료 기관·연구소와 협력해 만든 정확한 연구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공적으로는 슬립테크 가전 인증 기준이 요구된다.

소비자는 잠 성적표를 받아보기 위한 것이 아닌 고단한 하루를 잘 자기 위해 거액을 지출한다. 슬립테크 가전이 측정을 넘어 증명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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