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끊임없이 ‘본인’을 증명해야 살 수 있는 사회

2024-09-24

사이트 가입, 어플리케이션 이용 위해서는 본인인증 필수 해외와 비교돼

일상에서 본인 신분 확인이 반복되는 사회 오히려 개인 사생활 침해 아닐까

[녹색경제신문 = 조아라 기자]

엑스(전, 트위터)에서는 일본인 사용자가 쓴 한 게시글이 수천 번 공유된 적이 있었다. 그 게시글의 내용은 미래의 디스토피아에는 사람이 사람 개인마다 주어지는 번호가 있고 이것만 있으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번호로 어디서 무얼하는지 추적도 가능해질 거라는 글이었다.

한국인 사용자들에게 큰 공감과 웃음을 끌어낸 글은 해당 게시글보다 이 게시글을 보고 남긴 한 한국인 사용자의 말이었다.

“뭐야 이거 그냥 우리나라(한국) 얘기잖아. 저 번호가 주민번호잖아.”

추석 연휴 방문한 친척집에서 배달음식을 먹기 위해 평소 사용하지 않는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깔아 가입하려고 하자 본인인증을 요구하는 안내창이 떴다. 하라는 대로 주민등록번호와 핸드폰번호를 입력하고 있는 찰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피자 하나 먹자고 본인인증까지 해야 해?”

한국 사회만큼 본인의 신분을 밥 먹듯이 인증해야 하는 나라가 있을까. 국내 상당수 온라인 사이트는 가입할 때 휴대폰으로 본인인증을 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본인인증은 지난 2011년 8월에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인터넷에서 개인 확인을 위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전면 금지된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이전에 신분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수집하는 일이 늘어나자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이어지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본인인증이라는 방법을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본인인증은 결국 주민번호의 대체수단일뿐 우리는 단지 온라인 사이트를 가입하기 위해 어플리케이션 하나를 이용하기 위해 본인을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

생각해보면 사이트 가입에 본인인증이 왜 필요할까? 금전거래가 오가는 해외쇼핑몰 사이트의 경우에도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가입이 가능하다. 이후 사람인지 매크로인지 등의 인증 절차는 기입한 이메일 주소에 인증 번호를 보내 입력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외국인은 미래의 디스토피아라고 상상하는 사회를 우리는 이미 살아가고 있다. 너무 익숙해서 나를 포함한 우리 대다수는 이게 문제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빅테이터 시대를 맞이해 우리의 개인 정보는 신기술과 이익 앞에서 더 쉽게 팔려나갈 형국이다. 매일 본인을 인증해야 증명해야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할 때다.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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