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경영난에도 수천억 쌓아둔 병원들…"손실 보전에 써야"

2024-10-20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여파로 대형병원들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들이 그간 적립한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고유목적금)'을 인건비 등으로 사용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료를 제출한 사립대 부설 의료기관 18곳은 평균 648억3000만원(올해 상반기 기준)의 고유목적금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목적금은 비영리법인이 그 법인의 고유목적사업에 지출하기 위해 적립해두는 돈을 말한다. 학교·의료법인이 건물과 토지 매입, 시설·장비 투자나 교육·연구 등을 위해 적립하는 식이다. 고유목적금으로 회계처리하면 일정액을 과세대상 소득에서 제외 받는 혜택도 있다.

고유목적금을 보유한 병원들은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대를 쌓아뒀다. 올해 상반기 세브란스병원은 5551억5000만원을 보유했는데, 지난해 상반기(5433억1000만원)보다 118억원 넘게 늘었다. 영남대병원도 1년 새 203억원 이상 늘어난 1757억8000만원을 적립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828억3000만원), 건국대병원(707억4000만원), 인제대부산백병원(65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사립대 병원보단 적었지만, 국공립대 병원의 고유목적금 규모도 큰 편이었다. 서울대병원은 1939억원을 보유했고, 분당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도 각각 2717억원, 350억원을 적립했다.

이러한 고유목적금은 올해 의료공백 사태에도 전년 대비 늘어난 곳이 적지 않았다. 병원들이 전공의 이탈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면서도 고유목적금 적립은 계속 이어간 셈이다.

한지아 의원실에 따르면 사립대 병원 24곳은 지난해 상반기 평균 69억80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엔 평균 33억7000만원의 순손실로 돌아섰다. 그러는 사이 병원을 지원하는 데 쓰이는 돈은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 급여를 우선 지급하고 사후에 정산하는 ‘선지급’을 시행 중인데, 올 6~8월 병원 74곳에 선지급한 급여비만 1조4843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고유목적금을 그대로 쌓기보단 병원 손실 보전에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병원들이 실제로 경영에 사용하려면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인건비 등에 투입할 경우, ‘용도 외 사용’으로 분류돼 법인세에 더해 이자까지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지아 의원은 "병원들의 경영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고유목적금을 인건비 등 결손 보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공백 장기화로 인한 어려움을 내세워 서울대병원 소속 근로자들은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17일 임시 대의원회에서 오는 3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측과의 교섭에서 공공병상 축소 저지, 의료대란 책임 전가 중단, 임금·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으로 공공병원 보유 병상이 줄어드는 등 의료 공공성이 흔들릴 거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코로나19 환자의 80%를 치료했던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필수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을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와 의사의 대결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행동과 의료대란으로 병원 노동자들은 임금·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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