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가동되면서 이주호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가운데 통상 협의를 위한 장관급 회담이 무산되는 등 외교 공백이 커지고 있다.
7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임으로 한국의 대외 고위급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전 부총리의 부재는 지난주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바로 드러났다. 한국은 ADB 총회 현장에서 일본, 인도의 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 전 부총리의 사임으로 1급인 국제경제관리관이 대참하면서 장관급 회담은 무산됐다.
일본과 인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관세 압박에 직면한 국가다. 미국과의 협상 상황과 전략을 공유하고 논의할 주요 파트너와의 만남 기회였지만, 이를 놓친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ADB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최 부총리 사퇴로 경제 사령탑이 부재한 것과 관련해 “해외에서 국내 상황을 설명하다 보니 곤혹스러운 한주가 됐다”며 “협상 체계가 흔들리고 우리나라 투자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무대에서 공백이 생기고 있지만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현황 유지만으로도 버거운 실정이다. 무엇보다 교육부 자체적인 외교 조직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권한대행 보좌를 위해 꾸려진 지원단에 외교·안보팀이 있지만 국장급 인력으로는 다양한 외교 현안을 모두 커버하기는 한계가 있다. 정부 내에서는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기간 부처 장관들이 이 권한대행을 보좌하며 현황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권한대행 측은 각 부처 장관들과 수시로 면담을 통해 현안을 파악할 계획이다. 전날인 6일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범석 기재부 1차관 등과 티타임을 갖고 주요 경제·외교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체코 원전 수주 관련 체코 법원의 원전 계약 중단 가처분신청 인용에 대해서는 체코 현지에 있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통화로 상황을 공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사법부의 결정을 정부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정부 리더십이 잇따라 교체되면서 혼란한 가운데 현지 동향 파악 등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체코 정부의 판단을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상급 외교행사가 직전에 파토난 '외교 참사' 지적은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권한대행은 “체코 정부는 입찰 평가과정이 투명하고 법에 따라 진행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법적 문제를 해결하고 조속한 시일 내 최종 계약에 이를 수 있도록 체코 측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