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동관까지?'···왜 한화만 국감에 오너家 소환되나

2024-10-17

"정인섭 증인의 태도나 답변이 불성실하다. 중대재해·임금체불·노동탄압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고, 듣고 싶은 대답도 얻지 못했다. 그렇다면 책임 있는 김동관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국정감사 말미에 끝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이름을 거론했다. 연예인과 '셀카'를 찍은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오른 그 날의 장면이다. 근로자 사망사고와 주식보상제도(RSU) 등 현안으로 누차 정치인의 입에 오르내린 한화지만 김 부회장외에 타 그룹의 오너家는 증인 명단에 보이질 않는다. '하니' 논란으로 잡음이 일긴 했지만, 말 많은 다른 그룹 보다 휘발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왜 한화일까'라는 물음표는 여전하다.

17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국감이 진행 중인 국회 곳곳에선 김동관 부회장을 찾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느 상임위라고 할 것도 없이 한화 관련 현안을 다루는 곳이라면 모두 실질적 결정권자 김 부회장을 만나야겠다며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다.

개인에겐 '최악의 시나리오'겠지만, 김동관 부회장은 한 주에 두 차례나 국감장을 찾아야할 수도 있다. 그보다 먼저 정무위원회가 한화에너지 공개매수 사유와 그룹 내 RSU 운영 실태를 들여다보고자 그를 21일 감사에 소환한 와중에 환노위까지 25일 종합국감 출석을 요구하려는 분위기여서다.

'김동관 출석' 불지핀 정인섭···정무위는 RSU 등 관심

기름을 부은 것은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이었다. 그는 5명의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한 사고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 무거운 자리에서 다른 이슈로 증인석에 선 걸그룹 뉴진스 하니와 사진을 찍다가 현장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특히 의원의 화를 돋운 것은 "하니가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는 기대 이하의 해명이다. 이에 김태선 의원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셀카를 찍냐, 웃음이 나오냐"고 나무랐고 끝내 김동관 부회장의 증인 채택을 정식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김동관 부회장은 이미 국감 증인 출석을 앞둔 상태다. 정무위는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공개 매수와 그룹의 RSU 도입 등에 대한 배경을 묻고자 그를 증인 명단에 올렸다.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해명을 구하기 위함이다.

RSU는 성과 보상을 장기간 이연해 주가연계현금이나 주식으로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임직원에게 회사의 장기 발전에 몰입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주주 가치를 높인다는 의미를 지닌다.

다만 김동관 부회장의 경우 짧은 기간 많은 규모의 RSU(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총 32만7208주)를 받은 게 부각되면서 지나치게 주목을 받은 측면이 있다고 재계는 본다.

한화 측도 "RSU는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줄곧 해명하는 한편, 7월엔 대표·임원으로 국한하던 적용 대상을 주요 계열사 팀장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따라서 국감 출석이 성사된다면 김동관 부회장은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그룹의 입장을 적극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그의 참석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오너家까지 나설 일이냐"···내부선 '관리 실패' 지적 한 목소리

뜻하지 않은 논란이 확산되자 그룹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무엇보다 사장단 선에서 매듭지을 수 있는 사안이 오너일가까지 번진 것은 결국 '관리의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타 기업과 달리 한화는 그룹 내 대관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경영기획실 해체 이후 공식적인 조직을 두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위원회 등 임원 개개인의 역량이나 네트워크에 의존해왔다는 전언이다.

이렇다 보니 유독 한화만 국회의 타깃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올해 국감에서도 계열사 구조조정과 업황 악화 등 이슈에 많은 기업인이 증인·참고인 후보로 거론됐으나, 대부분 명단을 추리는 과정에서 제외됐다.

이 가운데 정인섭 사장의 태도 논란으로 김동관 부회장의 소환 가능성은 더욱 커진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재차 논란에 빠졌기 때문에, 한화를 대표하는 김 부회장의 추가적인 소환 압박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내부에서도 탄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직원은 "정 사장이 임직원 사망사고로 국감에 불려나갔고, 김동관 부회장까지 국감 증인에 채택된 상황에 (아이돌과) 셀카를 찍은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화 측은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한화오션은 김희철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사업장의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한 상황에서 당사 임원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의원님들의 지적과 질책을 달게 받고 반성과 사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국정감사에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국회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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