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은 더 이상 단순한 ‘형태의 미’를 말하지 않습니다. 제품의 사용성은 물론 고객의 감성적 가치를 일으키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거듭났습니다. 기술 중심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디자인은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고리를 구축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디자인 분야를 이끄는 두 가지 키워드는 AI 디자인과 고객가치경험 발굴입니다. 생성형 AI를 초기 디자인 프로세스에 도입하면서 누구나 ‘지브리풍’ 혹은 ‘미드저니 스타일’ 이미지를 손쉽게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대기업조차 보안 리스크를 관리하며 AI 툴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은 디자인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반복 업무는 자동화되고, 디자이너들은 더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통해 UX·UI 중심 설계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직관적 인터페이스, 일관된 디자인 언어, 생태계 연동을 통해 단순한 스마트폰을 넘어 사용자 개개인의 생활 전반을 바꾸는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충성도를 극대화했습니다. 이처럼 고객가치경험 발굴 활동은 초개인화 시대에 소비자의 삶 깊숙이 파고드는 맞춤형 디자인 솔루션을 가능하게 합니다.
영국의 다이슨은 작은 모터 기술로 시작해 팬 없는 선풍기, 사이클론 무선 청소기, 에어랩 헤어드라이기 등 혁신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기능과 형태, 사용자 경험을 통합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 시장을 재편하며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를 극대화하는 디자인의 힘을 증명했습니다. 일본 무인양품(MUJI) 역시 미니멀리즘 철학을 제품과 공간 디자인에 녹여내며 글로벌 소비자에게 강렬한 브랜드 정체성을 심어주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의 디자인 혁신 지원이 활발합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디자인 혁신역량강화사업’을 통해 중소 제조기업과 디자인 전문기업의 협업을 촉진하고, 컨설팅·시제품 제작·해외 어워드 참가·인력 양성·지역 디자인센터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국가적 흐름은 지역 차원에서도 디자인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한지·한옥·한국음악 등 천년의 문화유산과 다채로운 유·무형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고유 자원에 디자인 창의성을 입히면 전북만의 차별화된 지역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전개할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바이오·방위산업·이차전지 등의 분야에도 디자인을 접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이를 위해 전북디자인센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중소기업 대상 우수 디자인 개발 컨설팅, 디자인 프로세스 도입, 고객 중심 시제품 제작부터 양산화 지원, 브랜드 전략 수립에 이르는 전 주기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지역 대학과 협력해 실무 중심의 디자인 교육 과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청년 디자이너가 전북에 정착할 수 있는 인턴십·창업 지원 환경 조성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디자인은 지역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적 수단입니다. 정책적 지원과 민간의 창의 역량이 만나면 전북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경쟁 무대에서도 우뚝 설 수 있습니다. 보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사는 방식’을 바꾸는 디자인의 힘을 지금 전북에서 실현해야 할 때입니다.
△이규택 원장은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석·박사 출신으로 대우전자 엔지니어, 디지털앤디지털·이피지·인터브로 등 7개 기업 창업자, 산업통상자원부 스마트공장 PD 및 신산업MD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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