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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당국이 검토 중인 ‘농지제도 개혁방안’엔 농지 임대차 규제 완화 외에도 농촌 현장에 파장을 미칠 내용이 적지 않게 담겼다.
이번 개혁안엔 그동안 농정당국이 입장을 밝혀온 대로 농지의 이용·전용·소유·임대차 등의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구상이 포함됐다. 농지 이용 측면에선 농업범위를 농산업으로 확장하고 농업진흥지역에도 농산업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검토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농업 생산뿐 아니라 유통·가공업, 투입재산업, 농촌서비스산업 등도 우량 농지에서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소유 규제를 푸는 대목도 주목된다. 현재는 상속 또는 8년 이상 자경 후 이농하는 경우 1㏊(3000평)까지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데, 개혁안엔 이 상한을 폐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를 두고 농지의 개인간 임대차를 상당 부분 양성화한다는 내용과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대 변화에 따라 농지를 농민만 소유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점을 인정하되, 임대차 활성화를 통해 비농민 소유 농지가 농업에 계속 이용되도록 하려는 취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소유 규제 완화 부분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사태로 강화된 농지 규제를 사실상 원상 복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말·체험 영농이나 시험·실습지 목적의 농지, 영농여건불리농지 취득 등에는 농지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도록 하고 농업진흥지역 농지도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농지 보전 체계를 개편한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사전 협의를 통해 지방자치단체별로 농업진흥지역 한도를 부여하고, 이 한도 내에서 지자체가 농업진흥지역을 자율적으로 해제·지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맞게 밭, 과수원, 시설원예 농지도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작목 형태별로 기준을 만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평야지는 10㏊ 이상 집단화된 경우 지정하는 등의 조건 때문에 농업진흥지역이 경지 정리가 잘된 논으로 편중돼 있다.
또 개혁안엔 농업진흥지역의 명칭을 ‘농업생산집중지역(가칭)’으로 바꿔 보전·관리가 필요한 농지라는 국민 인식을 제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농업진흥지역 바깥 농지의 경우 전용 규제를 풀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현재는 ‘농지법’과 시행령에 따라 3㏊ 초과 30㏊ 미만 규모의 비농업진흥지역 농지는 시장·도지사가 전용 권한을 갖고, 3㏊ 미만은 시장·군수가 전용 권한을 갖는다. 그 이상을 전용하려면 농식품부 허가를 거쳐야 한다. 개혁안엔 비농업진흥지역 농지는 지자체에 전용 권한을 전부 위임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구상이 어디까지나 검토단계라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카드를 전부 포함한 것”이라면서 “지금 결정된 건 전혀 없고, 이 안을 토대로 국회 협의와 농민단체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상반기 중 농지 개혁안을 확정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구상”이라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