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러시아 연해주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고려인, ‘그들의 선조는 누구인가’ 에 대한 물음을 담은 그림이 고려인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이 작품은 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후 미술관을 운영하는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 빅토르 화가가 그린 ‘고려인 선조’ 다. 문 화가는 어릴 적 홀로 자신을 키워 준 어머니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의 성에 대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 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말하길 꺼려했다.
문 화가는 자신이 문 씨라면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가 어디서 왔으며, 어딘가에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친족들이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문 화가의 끊임없는 질문에 어머니는 아버지의 기억을 더듬어 성이 남평 문씨이며, 한반도 남단에 문씨 성을 가진 세거지가 있는데 바로 그 곳이 남평 문씨 고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후 뿌리에 대한 갈증이 지속되는 가운데 1989년 한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어 1994년 한국에서 첫 개인전도 가졌다. 또 2014년 광주에 머물며 남평 문씨의 고향을 찾아 문바위도 가봤다. 이를 통해 뿌리에 대한 갈증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광주에 정착한 문 화가는 낯선 조상의 땅을 살아가는 후손의 미래에 대한 우려로 근심이 깊어가고 있다. 이는 역사적 조국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후손들의 국적회복 없이는 정체성 혼란 속에 단순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살아가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문 화가는 문씨 성과 한민족 고유 의상인 한복과 갓을 쓴 ‘고려인 선조’ 작품을 통해 고려인이 바로 한국인의 정신과 피를 이어온 우리의 동족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하단 병사의 모습을 통해 낯선 이국땅의 감시와 민족차별, 경제난 속에 살아가야하는 고려인의 피어린 삶도 고발하고 있다.
문 화가는 “선조들이 꿈꾸어 온 조국에 돌아와 살게 된 것이 꿈만 같다. 하지만 국적없이 낯선 조상의 땅을 살아가야하는 고려인 후세대들의 삶을 바라보면 미래가 걱정된다.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조속한 국적회복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문 화가는 1951년 강제이주 첫 도착지인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바스토베에서 태어나 1975년 고골 알마티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197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미술 활동을 시작한 그는 고려인의 역사, 문화, 인물을 화폭에 담아왔다. 대표작으로 '1937 고려인 강제 이주 열차', '홍범도 장군' ‘연해주 우리할아버지’ 등이 있다.
고려방송: 안엘레나(고려인마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