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게 정말 유통효율 맞습니까?”

2025-04-29

절감 또는 축소. 흔히 ‘효율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다. 3단계로 운용되던 유통과정을 2단계로 축소해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유통 효율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서울 강서시장에 출하되는 수박은 최근 유통단계가 늘어났고, 물류비용이 증가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올 4월부터 강서시장에 출하되는 수박 전량에 대해 팰릿(파레트) 출하를 의무화했다. 물류체계를 개선해 유통효율을 이루겠다는 취지에서다. 과거 산물(벌크·바라) 출하한 수박은 트럭에 원물째 실려 시장에 반입됐다. 이후 사람이 일일이 중량을 가늠하고 크기 등 품위를 선별해 경매장에 내렸다. 이 과정에서 시장 내 물류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가니 산지에서 선별 작업을 마친 뒤 포장해 팰릿으로 하역하라는 것이 공사의 지침이다.

“수박을 팰릿 출하하려면 팰릿 외에도 종이상자·우든박스·지게차 등이 필요합니다. 자재만 있으면 끝납니까? 물건 나르고 지게차 운전할 사람까지 산물 출하 때보다 물류비가 최소 1.5배는 더 들어가요. 그런다고 수박 경락값이 그만큼 오르는 것도 아니잖아요.”

“수박은 품목 특성상 4월말부터 8월초까지 석달여 동안 출하가 집중됩니다. 이 기간 운영하자고 선별장을 따로 짓는 건 수지가 안 맞아요. 연중으로 작업할 다른 품목이 있으면 몰라도 수박이 대표 품목인 산지에서는 선별장 운영이 불가능해요.”

수박 산지들의 현실이다. 공사 방침으로 강서시장 출하가 어려워진 일부 산지는 산물 출하가 가능한 다른 출하처를 물색하는 데 나섰다. 곤란해진 건 산지뿐만이 아니다. 공사의 정책과 산지의 현실 사이에서 도매시장 유통인들의 처지도 난처해졌다.

“시장 안에서 선별은 못하게 하지, 산지도 못한다고 하지, 그럼 어떡해요.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장 인근에 외부 선별장을 만드는 수밖에요. 유통단계가 하나 늘어나는 셈이죠.”

“경매사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예요. 압상이나 긁힘 등 수박 품위에 관한 농민 민원이 들어와도 (외부 선별장에서의) 선별 과정을 직접 보지 못했으니 정확히 말해줄 수가 없거든요.”

흔히 유통효율을 이루겠다고 하면 두가지 효과를 기대한다. 소비자가격 인하 혹은 농가소득 증대. 그런데 이번 공사의 수박 팰릿 출하 전면화는 둘 중 어느 것을 이룰 수 있을까. 달성하는 것이라곤 내년 공사 실적보고서에 기재될 시장 내 팰릿 출하율 상승이 아닐는지.

서효상 산업부 기자 hsse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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