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 규제 발표로 급락했던 철강주가 하루 만에 반등했다. 증권가는 이번 반등을 일시적 조정으로 보면서, 포스코홀딩스 중심의 실적 회복세와 중국 감산 기대가 업황 회복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POSCO홀딩스는 전 거래일 대비 2.02% 오른 27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제철(-1.22%)은 소폭 하락했으나, 세아베스틸지주(+0.80%), 동국제강(+0.56%) 등 주요 철강주가 동반 상승했다. 10일 EU의 철강 수입 규제안 발표로 일제히 급락했던 주가의 낙폭을 대부분 회복한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기업 철수를 강요하지 않겠다"고 언급하며 미중 무역 긴장 완화 기대감이 확산된 점도 투자심리 회복에 힘을 보탰다. 이번 발언은 EU 규제로 위축됐던 시장 분위기를 일부 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EU는 2026년 7월부터 기존 세이프가드 제도를 대체하는 저율관세할당제(TRQ)를 도입하기로 했다. 연간 무관세 수입 쿼터를 3053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47% 축소하고, 초과 물량의 관세율은 25%에서 50%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소식이 전해진 뒤 첫 거래일인 10일 포스코홀딩스는 3.7%, 현대제철은 2.0%, 동국제강은 4.3% 하락했고, 세아베스틸지주는 7.7%까지 밀렸다. EU의 보호무역 강화가 국내 철강사 수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을 단기 충격으로 보고 있다. 실제 규제안이 시행되기까지는 1년 이상 남아 있고, 세부 쿼터 배분 역시 내년 6월 이후 확정될 예정이어서 단기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EU 조치는 방향성이 강화된 수준일 뿐 당장 수출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국내 철강사들의 수출 물량 중 유럽 비중이 높지 않은 점도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정에도 포스코홀딩스의 실적 회복 기대는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 하락으로 원가 부담이 줄고, 탄소강 판매단가(ASP) 하락 폭이 제한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약 68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5919억원)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강화와 충당금 반영 등 단기 변수가 존재하지만, 철강 본업의 수익성 방어력이 유지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향후 구조조정 모멘텀과 맞물리면 포스코 그룹 전반의 체질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업황 전반의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중국의 감산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중국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돼야 시황 회복이 가능하다"며 "2026년 시작될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에 철강업 구조조정 강화가 포함돼 10년 만의 감산 사이클이 재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