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사벽 실감한 청정수소발전…그러면 올해는?

2025-01-04

달러로 정산됨에 따른 환율문제로 입찰가 최대 20%까지 상승

가동률 보장받지 못하자 사업자 부담 높아지면서 입찰가 상승

국내 청정수소 생산 한계 드러나…정책‧제도적 지원 강화 필요

【에너지타임즈】 세계 최초로 개설된 청정수소발전 시장이 올해 대폭 손질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청정수소발전 시장을 세계 최초로 개설했다는 의미와 함께 정부가 설계한 제도권 내에서 비록 1개 사업이지만 낙찰자가 나왔다는 것이 유의미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다만 흥행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먼저 지난해 청정수소발전 입찰에서 정부와 사업자 간 입찰가를 둘러싼 괴리가 확인됐다. 입찰에 참여했던 사업 대부분이 정부에서 정한 상한가를 통과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공개로 설정한 입찰 상한가는 시장 경제성과 비경제성을 구분하는 기준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이번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 대부분이 공기업인 만큼 이들이 낸 입찰가는 청정수소발전에 필요한 최소한 경제성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그 괴리가 최대 20%에 이르는 등 kWh당 최대 100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우려했던 일들이 표면화된 만큼 올해 청정수소발전 시장 제도개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 2024년도 연구성과 발표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다뤄졌다. 이날 나온 발언을 중심으로 지난해 청정수소발전 시장 문제점을 짚어보고 올해 제도개선 방향을 전망해 본다.

지난해 청정수소발전 입찰 물량은 6500GWh.

남동발전(영흥화력)‧중부발전(신보령화력)‧남부발전(삼척화력)‧동서발전(당진화력)이 청정암모니아발전, 중부발전(용인복합화력)과 SK이노베이션 E&S(보령복합화력)가 청정수소발전으로 입찰에 참여했고, 이들이 임찰에 참여한 물량은 6172GWh로 입찰 물량에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남부발전 삼척화력 1호기가 최종 낙찰자로 확정됐고, 낙찰된 물량은 750GWh다.

이로써 남부발전은 인수기지‧배관 등 인프라 구축과 발전기 개조 등 사업 준비를 거쳐 늦어도 2028년부터 수소 kg당 온실가스 배출량 4kg 이하인 우리나라 청정수소 인증기준을 충족하는 청정수소를 20% 혼소해 발전해야 한다. 계약 기간은 15년이다.

김권 전력거래소 부장은 지난해 청정수소발전 입찰과 관련해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처음 목표로 설정했던 경제성 있는 청정수소발전 사업을 낙찰시켰다는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입찰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부분은 청정수소발전 입찰가다. 정부가 비공개로 정한 상한가 이내에 입찰가를 써내야만 평가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으나 이번 입찰에 참여한 사업자 중 남부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는 정부에서 정한 상한가를 넘기면서 일찌감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업계에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정부에서 비공개로 정한 상한가는 kWh당 450원 언저리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수준에서 상한가를 정한 배경으로 해상풍력발전 기준을 정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보다 높으면 굳이 청정수소발전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남부발전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자는 일단 kWh당 500원을 넘었고 500원대 후반까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부발전과 나머지 사업자 간 입찰가가 kWh당 최대 100원까지 차이가 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 남부발전이 정부에서 정한 상한가 이내로 입찰가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일각을 중심으로 남부발전이 보조금을 받았기 때문에 입찰가를 낮게 써낼 수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실제로 남부발전은 암모니아 터미널 구축 국책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찰가에 암모니아 터미널 구축 비중이 빠졌다는 것이다.

김권 부장은 업계에서 이 같은 불공정을 지적하고 있으나 낙찰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보조금이 낙찰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 않고, 기껏해야 한자리를 바꾸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환율문제가 지적됐다. 이 문제는 청정수소발전 시장을 설계할 때부터 계속 제기된 바 있다. 업계는 근본적으로 정부와 사업자 간 괴리를 만드는 배경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정수소발전 시장은 전력시장과 달리 달러로 정산되면서 사업자가 환율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업계는 환율로 인한 입찰가가 최대 20%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입찰에서 남부발전이 최대 20% 낮춰 입찰가를 낸 것을 고려하면 환율 부담은 입찰가를 높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남부발전이 저가 입찰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남부발전이 위험부담을 안고 입찰가를 낮출 수 있었던 배경엔 가동률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삼척화력은 입찰에 참여한 다른 발전소와 달리 동해안 송전선로 부족으로 가동률이 바닥을 치는 상황이다. 그 결과 환율에 대한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면 그 위험을 상쇄할 수 있어 이 같은 판단을 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현행 제도에 청정수소발전이 우선 급전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권 부장은 환율과 관련해 환율 부담을 사업자에서 소비자로 전가했을 때 원하는 수준으로 입찰가가 낮아질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을 금융권과 협력해 분석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하면서 이 결과를 올해 청정수소발전 입찰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 중 하나는 가동률이다. 현행 제도에 청정수소발전이 우선 급전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우선 급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청정수소발전 가동률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사업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입찰가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앞으로 제도개선을 할 때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연료를 계약할 때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의무구매와 사용할 물량만 구매하는 선택구매로 나눌 수 있고, 일반적으로 대량의 물량을 의무구매할 때 연료비 단가가 낮아지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런 방식으로 연료를 도입하기 위해선 가동률 확보가 관건이다.

손 교수는 청정수소발전 가동률을 보장해주지 않아 입찰가가 높아진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특히 청정수소발전 시장 운영으로 발생하는 비용도 풀어야 할 과제로 손꼽혔다.

박성환 남동발전 차장은 현행 청정수소발전 시장이라면 한전이 모든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면서 올해 입찰 물량 기준으로 추가 비용을 산정한 결과 한전은 30조 원에 달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입찰 물량이 6500GWh이고 SMP와 300원 차이가 난다고 가정했을 때 한전 전력구매비용은 2조 원 정도다. 거기다 계약 기간이 15년이기 때문에 한전 부담이 30조 원이 된다는 얘기다. 올해 낙찰물량이 많지 않아 그나마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하겠으나 지난해 기준으로 입찰 물량이 매년 계속 발주되고 모두 낙찰물량이 된다면 한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어 박 차장은 청정수소발전 활성화를 위해 직접적인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정수소발전 보조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도 있고 기후대응기금도 있다면서 정부가 청정수소발전 보조금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청정수소발전 입찰에서 국내 청정수소 생산에 대한 한계도 드러났다. 중부발전과 SK E&S가 충남 보령에 청정수소생산단지를 조성해 확보한 청정수소로 청정수소발전을 하는 사업으로 입찰에 참여했으나 정부 상한가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안지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청정수소 생산과 관련 기술‧경제‧제도적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 청정수소 생산 기반은 아직 여러 측면에서 미비한 상태가 있음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술적 성숙도가 낮고 해외 청정수소와 가격경쟁력에서 어려움이 있어 정책‧제도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안 연구위원은 기술‧산업 부문에서 국내 청정수소 보호 조치를 포함한 선제적 지원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청정수소 인증제와 연계해 국내 청정수소 산업기여도에 따른 차등 지원 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또 그는 경제성 부문에서 청정수소 조달 안정성 확보를 위한 기존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고, 청정수소 제조용 천연가스에 대한 개별요금제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법‧제도 부문에서 수전해 전력공급 규정 마련을 통한 규제 공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전해 전력공급 특례조항 신설과 전력계통 안정화 기여인정제 도입, 수전해 전력수요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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