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만큼 가자 지구 아이들 처한 위기 심각…
푸틴에게 그랬던 것과 똑같이 평화 촉구해 주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인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우크라이나 어린이들뿐만 아니고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어린이들이 처한 위기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는 내용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앞서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평화’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23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에미네 여사는 이날 백악관으로 발송한 서신에서 “(멜라니아 여사가) ‘가자 지구의 아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한테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648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보여준 멜라니아 여사님의 중요한 감수성이 가자 지구까지 확장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가자 지구에선 2023년 10월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이 시작된 이래 약 2년간 어린이 1만8000명을 비롯해 약 6만2000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미네 여사는 최근 멜라니아 여사가 푸틴 대통령에게 서신을 전달한 점을 언급하며 “어머니로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멜라니아 여사님의 편지에 담긴 감정을 깊이 공유한다”며 “이제 평화와 평온을 갈망하는 가자 지구의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희망을 주시기를 바란다”는 말로 서한을 끝맺었다.

튀르키예는 지금의 중동 정세와 관련해 이스라엘 그리고 네타냐후 정부에 몹시 비판적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9일 “현재 팔레스타인 지역이 처한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보다 더 나쁘다”며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굶주림을 무기로 악용한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지난 15일 트럼프, 푸틴 두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만나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끝낼 방안을 논의했으나 회담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다만 멜라니아 여사는 이 기회에 남편을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서신 한 통을 전달했다. 편지에는 “푸틴 대통령님만이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웃음을 되찾아 줄 수 있다”며 “어린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줌으로써 러시아뿐만 아니고 인류 전체에 봉사하는 대통령님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멜로니아 여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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