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대형병원들이 사직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복귀를 독려하고자 추가모집 기간 연장에 나섰다. 정부는 이번에 지원하는 인턴들의 수련 기간을 3개월 단축해달라는 의료계 요청도 수용하기로 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명 ‘빅5 병원’이라 불리는 서울 내 대형병원 5곳은 모두 전공의 추가모집 마감을 미뤘다. 당초 대부분의 전공의 수련병원들은 전날(27일)까지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었지만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이 먼저 29일로 접수 기간을 연장한 데 이어, 다른 병원들도 잇따라 유사한 조치에 나섰다. 세브란스병원도 29일로 연장했고, 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은 이날 오후까지 접수받기로 했다.
앞선 모집 때보다 복귀를 희망하는 사직 전공의들이 늘었다고 보고, 한 명이라도 더 돌아오도록 기회를 열어두려는 취지다. 여전히 다수가 돌아오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세브란스병원에는 전날까지 67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복귀자가 일부 있었다.
이번에 세브란스병원이 뽑는 전공의가 총 708명(인턴 142명, 레지던트 566명)인 점을 고려하면 지원율은 9.5% 수준이다. 10%에 못 미치지만, 이번 의정갈등 발생 이후 열린 모집 중에서는 높은 편이다. 지난해 하반기 모집과 올해 상반기 모집에서는 지원율이 각각 1.4%, 2.2%에 불과했다.
다른 빅5 병원 지원율도 세브란스병원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세브란스에는 못 미치지만, 그에 육박하는 두 자릿수가 지원했다”며 “서울 주요 대형병원 5~6개 지원자를 합치면 300여명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정부가 인턴 수련기간을 3개월 단축해주기로 하면서 인턴 지원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생겼다. 전공의는 인턴 1년 과정을 마치고 레지던트로 3∼4년 수련을 거친다. 이번 모집에 응해 오는 6월에 수련을 시작하는 인턴이 원래대로 12개월(내년 5월까지) 수련해야 하면, 내년 3월에 레지던트 1년차를 시작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번 모집에 지원하지 않는 예비 인턴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수련병원협의회·대한의학회 등의 의료계 단체들은 보건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인턴 수련기간을 3개월 단축해달라고 요청했고, 복지부가 이날 수용했다. 복지부는 이날 전국 수련병원에 보낸 공문에서 “6월 1일 자로 인턴 수련을 개시해 내년 2월 28일까지 인턴 수련을 완료하는 경우 인턴 이수를 인정한다”고 안내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선 복귀자와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 고민이 있었지만, 3개월 단축해도 수련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책임지겠다는 의료계의 설득 등을 고려해 수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련 마지막 연차에 있는 레지던트 3~4년차가 내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려면 이번 모집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교수들도 막판까지 설득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번 복귀자들은 원래대로면 수련기간을 채우지 못해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지만, 복지부는 시험 응시를 허용하고, 이후 3개월 추가 수련을 받으면 전문의 자격을 주기로 했다.
한 수도권 수련병원 교수는 “정부에 3개월 단축 등을 건의해 어렵게 얻은 마지막 기회”라며 “차기 정권에서는 이런 특례가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이번에 반드시 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공의들 사이에선 ‘차기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 강해 상당수는 끝까지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사직 레지던트의 61.4%는 동네 의원 등에 취직한 상태라 전문의 취득이 급하지 않은 상태인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국 OS(정형외과) 복귀 현황’이 등장하는 등 일종의 블랙리스트로 서로 감시하는 현상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