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부부에게 입양 보낸 동생 찾아…안개 숲으로 떠나요

2024-09-05

안개 숲을 지날 때

송미경 글·장선환 그림

봄볕 | 104쪽 | 2만원

연이는 기차에서 깜박 잠이 들어 종착역에 도착했다. 객실을 청소하던 두더지의 성화에 눈을 떴다. 역에는 한참 전에 어둠이 내렸다. 연이 손에는 동생 설이의 주소가 적힌 종이가 들려있다. 연이는 동이 트기 전 양부모인 늑대 부부의 집에 있는 설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제때 가지 못하면 설이는 늑대 부부와 함께 산으로 떠날지도 모른다.

역전에서 우연히 만난 사슴이 연이를 안내하겠다고 나선다. 사슴은 연이의 소유였던 캐러멜색 목도리를 둘렀다. 별다른 방법이 없던 연이는 사슴을 따라 안개 자욱한 숲으로 들어선다. 동생을 구하러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긴박하고, 연이가 정체 모를 동물들에게 이끌려 다닌다는 점에서 기괴하다. 목탄을 주조로 해 어스름하게 그려진 그림은 쓸쓸함을 자아낸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난 이후 드는 감정은 따뜻함과 용기다.

어느 날 어른들이 갑자기 동물로 변해버렸다는 설정이다. 아기들만 남은 집은 동물이 방문해 보살피고, 초등학교 나이 아이들은 동물이 사는 집에 입양됐다. 14세 이상 아이들은 원래 살던 집에서 혼자 지내면서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동물의 보살핌을 받는다. 연이가 버티다가 결국 설이를 늑대 부부 집에 입양 보낸 이유다.

연이는 설이가 걱정되고 돌아오지 않는 부모도 그립다. 결국 연이는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 채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상을 오직 자신의 결정과 의지로 홀로 살아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이해한다. 연이 같은 청소년은 이 점을 받아들여야 성장할 수 있다.

청소년의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그린다. 그러면서도 머리, 어깨, 가방에 어느 새 쌓인 함박눈처럼 작은 위안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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