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세계유산본부, 4년간 현장조사 결과 발표
2022년 120개→2023년 8.8개→2025년 106개

한라산 구상나무가 3년을 주기로 꽃을 피운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한라산 구상나무 자생지에서 암꽃 개화상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한라산연구부는 한라산 영실, 성판악, 왕관릉, 방애오름, 윗세오름, 백록샘, 큰두레왓 등 7개 지역 10곳에서 식생·환경 변화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2022년 구상나무 한 그루에 달린 암꽃은 평균 120.0개였다. 반면 2023년 평균 8.8개, 2024년 평균 13.9개가 확인됐다. 올해는 평균 106.4개의 암꽃이 개화해 3년 주기 개화 패턴을 보였다.
특히 윗세오름과 방애오름 구상나무 자생지에서 개화주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윗세오름은 2022년 120.6개, 2023년 4.0개, 2024년 37.8개, 2025년 129.6개로 뚜렷한 변화가 확인됐다. 방애오름도 2022년 117.0개에 달했으나 2023년 36.6개, 2024년 10.8개, 2025년 123.8개로 그루당 평균 개화 상황이 달랐다.
아예 개화하지 않은 구상나무 비율은 2022년 25%, 2023년 52%, 2024년 39%, 올해 10%로 조사됐다.
한라산연구부는 국내 처음으로 개화주기를 확인한 만큼 향후 구상나무의 개화와 종자 결실 주기에 따른 보존 전략 수립, 구상나무를 둘러싼 생태계 연구 등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구상나무 개화 주기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개화하지 않은 구상나무 원인 규명, 해충 발생율과 피해율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잘 알려진 구상나무는 전북 덕유산, 경남 지리산, 제주 한라산 등에 분포하는 한국 고유종이다. 특히 한라산은 세계 최대 구상나무 숲 자생지다. 하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개체수와 면적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이다.
한라산연구부는 2017년부터 구상나무의 쇠퇴와 고사원인을 밝히고, 보전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이다. 현재 구상나무 데이터베이스 구축, 결실 주기 연구 등이 진행 중이다.
고종석 세세계유산본부장은 “구상나무의 종자결실은 기후변화 등으로 개체수 및 면적이 감소하는 구상나무의 보전전략 수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면서 “이번 개화주기 확인은 구상나무 생활사 규명과 보전전략 수립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