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4월에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과학 연구가 발표됐다. 과거에 멸종한 생물의 유전자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물론 후에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게 됐지만, 그래도 멸종한 생물을 복원했다는 소식이 잠깐이라도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생명과학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복원했다고 주장한 것일까? 해당 연구를 발표했던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에서는 다이어울프의 유전자를 가진 늑대를 복원했다고 주장했다. 다이어울프, 이름만 보면 마치 늑대의 한 종류처럼 들리는 이 동물은 과연 어떤 동물이었을까?
무리 생활을 했던 늑대의 먼 친척
1858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고생물학자 조세프 레이디(Joseph Leidy)는 네브래스카주에서 발견된 여러 척추동물 화석을 학계에 보고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어떤 멸종한 늑대의 것으로 보이는 생물의 화석을 보고했다. 레이디는 이 화석의 주인이 멸종한 늑대의 한 종류일 것이라고 판단해 카니스 디루스(Canis dirus)라고 명명했다. ‘디루스’란 라틴어로 ‘무서운’을 뜻한다. 즉, ‘무서운 늑대’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 이후로 카니스 디루스는 다이어울프라는 애칭을 갖게 됐다. ‘무서운 늑대’라는 뜻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유전자 분석 연구 결과, 다이어울프는 늑대와 친척 관계이기는 하지만 늑대 그 자체는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2021년 영국 던험 대학교의 안젤라 페리(Angela R. Perri) 박사와 공동 연구진은 다이어울프와 늑대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전자 분석을 해보니 이 동물들은 대략 570만 년 전에 갈라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이 동물들은 출신 지역도 달랐다. 늑대는 약 500만 년 전에 유라시아 대륙에서 진화했다. 반면 다이어울프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즉, 다이어울프와 늑대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꽤 오래전에 갈라진 먼 친척 관계였던 것이다.
화석 기록에 따르면 다이어울프는 대략 5만 년 전에 살았다. 오늘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는 그 당시에 타르로 이루어진 웅덩이가 있었다. ‘라 브레아 타르 피트(La Brea Tar Pit)’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에서는 당시 살았던 수많은 동물의 화석이 발견됐다. 다이어울프의 화석은 그중에서도 특히 엄청난 숫자가 발견됐다. 이는 당시 타르 웅덩이에 빠져 죽은 동물들의 시체를 먹으러 굉장히 많은 다이어울프가 몰려왔음을 의미한다.
강력한 턱 힘을 지녔던 늑대의 친척
그렇다면 다이어울프는 과연 어떤 동물이었을까?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동물은 매우 강력한 턱 힘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2005년 호주 시드니 대학교, 영국 뉴캐슬 대학교, 캐나다의 겔프 대학교 연구진은 다이어울프와 다른 여러 종류의 육식동물의 턱 힘을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동물들의 체중 대비 턱 힘을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다이어울프의 체중 대비 턱 힘 수치(163)는 불곰(78)이나 호랑이(127)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다이어울프의 무는 힘이 매우 강력했다는 것을 뜻한다. 아마 이 동물들은 이 강력한 턱 힘으로 여러 동물을 사냥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늑대는 무리를 이루어 사냥하는 동물이다. 야생 늑대가 많이 서식하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는 늑대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거나, 단체로 순록 같은 거대한 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늑대 역시 다이어울프처럼 체중 대비 매우 강력한 턱 힘을 갖고 있다. 이 동물의 체중 대비 턱 힘 수치는 대략 136으로 측정됐다. 이는 호랑이보다도 높은 수치다. 늑대는 이 강력한 턱 힘과 무리 사냥을 활용해 대형 동물을 사냥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이어울프의 이빨을 동위원소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이 동물도 늑대처럼 대형 초식동물을 주로 사냥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이어울프가 살았던 5만 년 전 북미에는 말, 낙타, 순록, 바이슨과 같은 거대한 초식동물이 살았다. 따라서 오늘날 늑대가 그런 것처럼 다이어울프 역시 무리 사냥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2018년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Autónoma de México)의 빅토르 페레스 크레스포(Víctor Adrián Pérez Crespo) 박사와 공동 연구진은 다이어울프 및 그와 함께 살았던 다른 동물들의 이빨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 다이어울프는 말, 라마 같은 동물부터 코끼리와 비슷한 동물인 마스토돈의 시체도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마 다이어울프는 오늘날 늑대처럼 무리를 이루어 말이나 낙타, 라마 같은 동물을 사냥하거나, 마스토돈이나 땅늘보 같은 거대한 동물의 시체를 먹으며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 및 자료 출처-
Anyonge, W., & Roman, C. (2006). New body mass estimates for Canis dirus, the extinct Pleistocene dire wolf.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6(1), 209-212.
Anyonge, W., & Baker, A. (2006). Craniofacial morphology and feeding behavior in Canis dirus, the extinct Pleistocene dire wolf. Journal of Zoology, 269(3), 309-316
Leidy, J. (1858). Notice of remains of extinct vertebrata, from the Valley of the Niobrara river. Merrihew & Thompson.
Perri, A. R., Mitchell, K. J., Mouton, A., Álvarez-Carretero, S., Hulme-Beaman, A., Haile, J., ... & Frantz, L. A. (2021). Dire wolves were the last of an ancient New World canid lineage. Nature, 591(7848), 87-91.
Pérez-Crespo, V. A., Arroyo-Cabrales, J., Morales-Puente, P., Cienfuegos-Alvarado, E., & Otero, F. J. (2018). Diet and habitat of mesomammals and megamammals from Cedral, San Luis Potosí, México. Geological Magazine, 155(3), 674-684.
Sorkin, B. (2008). A biomechanical constraint on body mass in terrestrial mammalian predators. Lethaia, 41(4), 333-347.
Wroe, S., McHenry, C., & Thomason, J. (2005). Bite club: comparative bite force in big biting mammals and the prediction of predatory behaviour in fossil taxa.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72(1563), 619-625.
이수빈 화석 연구가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화석이 말하는 것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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