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규제로 '사장님 대출' 늘더니…리스크 관리 '발등에 불'

2024-10-17

은행권서 석 달 만에 2조 증가

'주담대 억제하라' 정부 압박에

기업으로 눈 돌린 탓 '풍선효과'

국내 은행들에서 나간 자영업자대출이 최근 석 달 동안에만 2조원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압박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조일 수밖에 없게 된 은행들이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개인사업자에 대한 문턱도 낮춘 영향이다.

가계부채 규제의 반작용으로 불거지는 풍선효과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은 총 453조9000억원으로 지난 상반기 말보다 2조원 증가했다.

이는 은행들이 가계 대신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개인사업자에 대한 허들도 낮춘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가계부채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주담대 금리는 연이어 인상하는 대신,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달 말 기준 1316조2000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1조 가까이 확대됐다.

은행들은 개인사업자대출을 늘리기 위한 일환으로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등 동네 사장님 모객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상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인사업자대출에 최대 1%포인트(p)의 금리를 감면해 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고, KB국민은행은 개인사업자 전용 금융 상품을 한 곳에 모은 'KB사장님+' 서비스를 개시했다.

신한은행은 개인사업자전용 비대면 대출인 'Easy-One' 보증대출을 출시했고, 사업자대출 비교 서비스 역시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개인사업자를 위해 1대 1 금융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사업자 전담직원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대출의 질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이 늘어나면서 부실도 눈에 띄게 쌓이고 있어서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폐업한 자영업자가 느는 등 차주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 악화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개인사업대출 규모와 함께 부실도 계속 누적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0.44%로 1년 전과 비교해 0.15%p 올랐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은행 관계자는 “수익 차원에서 은행이 기업대출을 늘리려는 과정에서 개인사업자대출 역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통상 하반기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관련 대출을 무리하게 늘리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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