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그리고 탈(脫) 내로남불

2025-01-30

29년간의 공동개원을 마무리하고, 한 달 이상을 인테리어에 투자하여 두 달 전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치과문을 열게 되었는데... 인테리어는 마음대로 진행이 안되어 완성되지 못한 채 환자를 받게 되었고, 직원들은 일부 퇴사 후 구인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은 모자라고, 새로 구입한 장비들은 생소하면서도 세팅이 잘 안되어 있었고, 새롭게 신고하러 다녀야할 곳은 넘치고... 총체적인 난국 상황 속에서 진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이 내원하면 환자를 보는데 왜 이리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방사선 사진을 찍으면 화상이 저장되지 않고 날라가 버리고, 보험청구 내용 저장도 시간이 걸리며, 그래서 그 전 같으면 10~20분 만에 끝내고 귀가시켰을 아이가 병원에 한 시간 이상 머무르는 일이 다반사여서 보호자분들의 컴플레인이 끊이지 않고, 전화는 왜 이리도 많이 오는지 받지 못하고 먼저 걸려온 전화응대에 리셉셔니스트 직원은 그 입장에서, 진료실에서는 그들대로 지쳐만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전에는 맘 카페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 우리 병원을 칭찬하는 호의적인 글들이 자주 올라왔었는데 최근 두 달 동안에 올라온 글들은 좋은 내용은커녕 성토하는 분위기의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중 아주 일부를 올려드려보자면...

‘병원 인테리어가 바뀌고 얼마 뒤 갔었는데 정말 엉망진창, 아비규환이었어요.’ ‘예약을 했는데도 1시간 이상 기다렸어요.’, ‘진료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고, 간호사들도 우왕좌왕... 지금은 좀 나아졌으려냐요... 저희 집은 그 뒤로 다른 치과로 옮겼습니다 ㅜㅜ.’, ‘아이들 치과를 다니다가 리모델링 관계로 한 달을 쉰다는 연락을 받았고 11월에 재오픈 했다고 들었는데 예약을 잡으려고 전화를 해도 도통 연결이 안되고 계속 통화중 시그널만 나오다가 끊어지더라구요;; 뭔가 아직 세팅이 안된건지,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 같네요.’, ‘진료 받는데는 10분도 안 걸렸는데 방사선 사진 찍고 대기하고 진료 마치고 접수대 앞에서 수납하러 기다리고... 정말 기다림의 연속이었어요...’

정말 그야말로 환자가 내원하는 것이 오히려 그리 반갑지 않은 날들이었습니다. 환자분들의 불만과 인터넷상의 비판 글들, 그리고 이로 인해 다른 치과로 옮기신 환자분들을 보며 정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오랜 시간 성실히 운영하며 쌓아온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여겨지니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대통령 탄핵 사태가 터졌습니다. 연일 뉴스에서는 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고, 너도나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결국 국가 최고 지도자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여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며 단순히 개인의 잘못을 넘어 체제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어, 국민의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시행한 것일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엉뚱하게도(?) 저의 병원 상황과 탄핵 정국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제가 ‘내로남불’하며 누구를 비판할 입장이 아니라고 여겨지면서, 탄핵을 당하고 있는 또 다른 대상이 우리 병원을 제대로 이끌어 가지 못하고 환자분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는 병원장, 바로 저 자신이라는데 까지 생각이 다다랐습니다. 정말 중요한 반성의 기회가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너무 지나치게 자책하지는 않으려 하면서 감정적인 반응보다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로 상황을 바라보려 노력했습니다. 비판보다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직원들과 함께 모색했습니다. 진심을 담아서 현재의 병원 상황과 변화 과정을 설명드리는 문자를 작성해서 병원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보내드려 이해를 구했고, 쏟아지는 컴플레인을 분류해서 해결 가능한 문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나갔으며 업무 분담을 재정비해서 내부 시스템 정비를 하나씩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병원의 주체로서의 저의 역할을 재정립함과 동시에 다른 팀원들과 더 깊이 협력하고 의지하는 것도 중요한 리더십이므로 주체는 저이지만, 병원은 한 팀으로 운영되는 곳이니 “모두 함께” 해나간다는 믿음을 서로 가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지금의 상황을 더 나은 시스템으로 재탄생하는 기회로 삼으려 합니다. 환자 보호자분들의 ‘탄핵’ 요구에 대해서 “저희 병원은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29년을 해왔기 때문에 새로 치과를 시작하는 것은 아주 간단히 쉬울 것이라는 교만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예상과 달랐고, 합쳐져서 쓰나미처럼 덮쳐와버렸습니다. 그래서 하마터면 그 충격에 쓰러질 뻔했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에 파묻히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바로 지금의 ‘탄핵 정국’이라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지금 상황은 누구라도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문제들일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와 우리 팀원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치과병원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할 것입니다. 개원경력 30년차 이지만 그래도 부족하고 항상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직도 일부분은 여전히 삐거덕 거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요즈음은 환자(보호자)분들과의 신뢰가 서서히 다시 쌓이고 있음을 느끼는 행복한 하루하루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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