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평소 항혈전제를 복용할 경우, 발치 전 기저질환 파악 없이 섣불리 약물을 중단하면 뇌경색 등 문제가 생겨 의료분쟁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은 최근 치과 의료진이 60대 환자를 상대로 발치 치료를 했다가 뇌경색으로 사망한 사례를 공유했다.
사례에 따르면 치과 의료진은 내원한 환자 A씨의 #37 치아에 치주농양이 있다고 진단해 발치 치료 계획을 세웠다. 당시 A씨는 치과 의료진에게 복용 중인 약의 정보를 알리고자 항혈전제가 담긴 약 봉투 사진을 치과에 전송했다. 아울러 치과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기존 약 복용을 중단하고, 치과에서 받은 항생제, 소염진통제를 복용했다. 이후 발치 치료를 받은 A씨는 얼마 가지 않아 뇌경색을 앓았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이에 A씨 측은 투약 중단에 관한 위험성을 치과 의료진이 설명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치과 의료진은 환자 진료 시 고혈압 외 다른 기저질환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다며, 항혈전제 약물은 심방세동과 같은 질환 치료 목적이 아닌 예방 목적으로 복용 중인 것으로 인지했다고 맞섰다. 결국 해당 사건은 의료중재원에 접수됐다.
의료중재원은 환자 항혈전제 약물 투약과 뇌경색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며 심혈관계 질환 및 투약과 관련해 담당 주치의에게 자문할 필요가 있었다고 봤다. 또 항혈전제 약물 중단 시 혈전 발생에 따른 합병증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설명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치과 의료진·환자 간 조정 합의토록 했다.
이와 관련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환자가 항혈전제나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 내과 주치의 또는 심혈관계 전문의와 협의해 발치 및 수술 전 관리 방안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 이사는 “치료 전 환자의 병력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환자가 본인의 병력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복용 약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진료 의뢰서 등의 별도 확인 절차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이어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의료인의 진단과 환자의 협력이 필요하므로, 환자는 자신의 병력, 증상, 복용 약물 등을 의료인에게 성실하게 알릴 의무가 있다. 이를 협력 의무로 볼 수 있으며, 환자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환자의 책임도 일정 부분 인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