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행정에 모두 만족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국민들이 아이디어도 내고, 필요하면 제도개선도 하면서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발전적인 논의를 하고, 국가기관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 국정감사다.
그런데 주어진 시간이 짧다 보니 사실이 아닌 내용도 의원이 말해버리면 바로잡을 시간이 없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 신한울3,4호기 건설 허가 전 기자재 발주를 한 것, 계속운전 허가 전 월성1호기 보수를 먼저 수행한 것이 ‘위법’이라고 단정 지은 것이다. 앞뒤 사정을 모르는 국민들로서는 원자력발전소가 위법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큰 오해를 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두 건 모두 위법이 아니다. 공사 일정에 맞춰 기자재나 부품이 제때 입고되어야 건설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그렇게 해야 공사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발주하는 것이다. 이를 ‘선발주 기자재(Long Lead Item)’라고 한다. 우리가 이걸 잘해서 원전 건설비가 낮은 것이다.
아마도 원자력 부문에서의 ‘허가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 해프닝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한다. 원자력의 허가를 주행시험에서 떨어지면 면허를 못 받는 운전면허처럼 여기는 듯하다. 원자력 분야에서의 인허가는 질의응답을 통해 규제자의 주문을 이행하는 방식이다. 규제자의 질문에 사업자가 답하고 때로는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계산과 실험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해 허가를 받는다. 시험 탈락 개념이 아니다.
또, 계속운전 허가 전 월성1호기 일부 설비를 교체한 것은 맞지만, 그것으로 위법 판결이 난 적은 없다. 단 하루를 운전해도 안전하게 운전하고자 설비를 교체한 것, 국가 설비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용 차원에서 원전 가동 정지 없이 계속운전이 이어지도록 사전에 설비를 교체한 것이 위법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선발주, 선시공은 법으로 하라 말라 되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선발주, 선시공의 국가적인 유불리를 살펴 법의 틀 안에서 공기를 단축하고, 국가시설을 공백없이 가동하고자 한 정당한 행위로 보인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가 감사원에 의해 지적된 후, 이제는 선시공이 금지됐다. 그것이 제도개선이라고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선시공 금지’는 결국 원전을 세워둬야 하는 낭비로 이어진다. 이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되짚어보게 된다.
지난 정부에서 근무시간을 줄였더니 수입이 줄어 결국 주말은 있지만, 주말에 먹을 밥이 없다는 얘기가 있다. 안목없는 제도개선이 이 사회의 생산성을 얼마나 저해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