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52〉깜깜이 입시 속 수시 납치

2025-12-15

“혹시 몰라 보험성으로 수시 전형에 응시한 학교였는데, 합격 했어요. 수시 시험 후 발표한 수능 성적이 수시에 합격한 학교보다 몇 단계 더 좋은 학교를 갈 수 있었는데….” 2026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르는 수험생 학부모 말이다. 현 대학입시 절차를 잘 모르는 사람은 '무슨 말이지' 할 내용이다. 한 편으로는 '대학에 합격했는데 좋은거 아니야'라고도 할 것이다.

지난 12일 일제히 수시 1차 합격자 발표가 이뤄졌다. 1차 합격한 수험생 중 상당수는 기뻐하겠지만, 위 학부모처럼 다소 안타까워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런 안타까운 경우를 '수시 납치'라 한다. 왜 대학에 합격했는데도 안따까워 하는 '수시 납치'가 생기는 걸까.

이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그 두 가지가 필자는 문제라고 본다. 첫째는 우리나라 법이 그러하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에 '수시 모집에 합격한 자는 다른 학기에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및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수시에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어느 대학이라도 합격하면, 그 대학 입학을 포기하더라도 정시나 추가 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시에 합격한 대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1년을 더 준비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해가 안되는 법이다. 왜 이런 법이 존재할까. 누가 생각해도 지나치게 대학과 대입 절차를 진행하는 당국의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인데, 정작 수험생 본인은 할 수 없다는 현실이 씁쓸하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원하지 않는 학생은 등록 포기와 정시 응시를 인정해 주고, 해당 수시 합격은 입학을 희망하는 차순위 수험생에게 넘겨주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하는 것이 수험생의 행복추구권을 지켜주는 것 아닐까.

누군가가 “그러면 수시를 지원할 때 신중하면 되는거 아닌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생을 살다보면, 대학 입시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어쩌면 자신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을만큼. 그렇게 중요한 대학입시를 진행하는데, 불안해 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신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현재의 수시 전형은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 성적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을 지원하고, 시험에 응시한다. 그렇다고 수시 전형이 수능과 전혀 별개로 치뤄지는 것도 아니다. 상당수 중상위권 대학은 수능 최저라는 것을 요구한다. 결국 수능과 연결돼 있다. 그런데도 자신의 정확한 등급이나 백분위, 표준점수 등 입시 기준이 되는 성적을 모르는 상태에서 수시 전형에 응시해야 하는 '깜깜이 수시'를 치른다.

올해 수시 원서 접수는 9월에, 수능은 11월 13일에 치뤘다. 이후 수시 논술 및 면접 등이 진행됐다. 대부분 11월 말에 끝났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때는 아직 수능 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이다. 개인별 수능 성적은 12월 5일에 발표했다. 물론, 가채점을 통해 자신의 원점수는 추정할 수 있지만, 대학별 커트라인의 기준이 되는 등급과 백분위, 표준점수 등은 모르는 상태다.

왜 이처럼 수험생들에게 대학입시를 '모험'으로 몰고 갈까. 수년간 그저 공부만 하고 지낸 많은 수험생을 생각해서라도, 시험이 아닌 절차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자신의 성적에 맞춰 원하는 대학에 지원하고, 합격하면 기쁘게 다니게 해주면 안되는 걸까.

이렇게 대학가는게 '깜깜이' 상황이고, '운'을 필요로 하니 입시 컨설팅 시장이 활성화되는 거 아닐까 싶다. 올해는 컨설팅 비용이 올라 비싼 경우 100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다고 한다. 입시 절차가 투명해지면 이러한 부분도 조금은 완화되지 않을까 싶다. '원래 그런거야'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교육당국과 학교 행정만 생각하지 말고, 수험생과 그 학부모 마음에서 입시 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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