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의학계 선구자로 불리는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4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대한민국학술원에 따르면 1925년 3월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 퍼시픽대학에서 명예 법학박사를 받았다. 고인은 우리나라 법의학의 기초를 세운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의무관·법의학과장 등을 지냈고 1970년 고려대 의대로 자리를 옮겨 후학을 양성했다. 고인은 특히 법의 병리학을 주로 연구하며 '사후 경과 시간을 근육의 pH 곡선으로 측정하는 법', '수중 시체의 입수 장소 판정' 등 법의학 감정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학술원은 "고인은 1976년 대한법의학회를 창립하는 한편 고려대 의대에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법의학 교실을 창설해 민족적 법의학의 기초를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법의학이 널리 알려지는 데도 고인의 역할이 컸다. 그는 1985년 이후 '새튼이', '지상아', '오호라', '일본의 사체, 한국의 시체' 등 10여권의 법의 교양서를 냈으며 예술과 법의학을 접목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잘 알려진 명화를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본 '명화와 의학의 만남' 등의 저서는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1987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 됐으며 함춘대상(2003), 대한민국과학문화상(2008), 서재필의학상(2018) 등의 상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복선 씨, 아들 문태영 씨, 딸 혜경·혜숙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8일 오전 9시 예정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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