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 "차기 후보? '하하하' 웃고 끝냈다…교황, 韓 계엄 걱정도 했다"

2025-04-25

유흥식(74) 라자로 추기경이 24일(현지시간) 차기 교황 유력 후보설을 듣고 “‘하하하’ 웃고 끝냈다”며 그 누구도 차기 교황을 예측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유 추기경은 이날 교황청 성직자부 청사에서 한국 언론사 7곳과 간담회를 진행, “다음 교황이 누가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는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하하하 웃으며 끝냈다”며 최근 외신이 ‘차기 교황이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주님께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고 답한 것과 관련해선 “부모님은 아들·딸을 구별하지 않고, 잘하고 못하고를 구별하지 않고 특징대로 본다는 뜻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추기경은 이어 “교황으로 언급되는 것은 영광이다. 다만 예상은 틀림없이 틀린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의 투표 구조상 누구도 차기 교황을 예측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콘클라베에는 출마 선언이나 공식 후보 등록이 없기 때문에 유력 후보를 점치는 것 자체가 콘클라베의 투표 구조와는 맞지 않다는 게 유 추기경의 설명이다.

그는 “콘클라베에는 후보자가 없다. 모든 추기경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의 이름을 적어 투표한다”며 “이런 방식으로 3분의 2 이상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투표한다. 결국은 표가 모이는 방향을 통해 차기 교황이 결정되겠지만 그전에는 누구도 맞힐 수 없고, 맞힌 적도 없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후임 교황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유 추기경은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꼽은 차기 교황 유력 후보 12명에 이름을 올려 관심을 끌었다.

유 추기경은 차기 교황이 누가 되는 가장 필요한 자질로 ‘경청하는 자세’를 꼽았다. 그는 “지금은 참으로 어려운 시대다. 모두가 자기 목소리만 내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차기 교황은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지도자여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잘 듣는 게 중요하다고 늘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성직자 최초의 교황청 장관인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세월호 참사 직후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수행했던 때를 떠올리며 “이미 교황은 한국에 대해 잘 아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교황이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도 잘 알고 있었으며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교황은 한국의 분단 현실에 대해서도 깊은 연민을 보였다고 유 추기경은 덧붙였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말 훌륭하고 멋있게 사셨다. 더 이상 뵐 수 없다는 아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나도 그렇게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움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외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혁 성향으로 규정하고 차기 교황 선출을 ‘보수 대 개혁’ 구도로 묘사한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 추기경은 “개혁이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적이라고 부르기보다 복음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을 따르는 것보다 더 큰 쇄신과 개혁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음을 실천했기에 자연스럽게 쇄신과 개혁이 이뤄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보수나 개혁이냐가 아니라 복음대로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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