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의 영업손실 합산액은 1326억원
롯데, 1000억원대 적자 확실시...빅4 적자, 3000억 육박할 듯
올해도 실적 부진 관측 우세...개별 관광객 유치로 수익 회복 사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국내 주요 면세점이 지난해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점 빅(big)4인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의 영업손실 합산액은 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두운 만큼 올해 면세 업체들은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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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손실 3000억원 육박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등 주요 면세점 4개사는 지난해 일제히 적자를 냈거나 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의 영업손실 합산액은 1326억원에 달했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67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2023년 224억원의 흑자를 냈는데,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신라면세점이 적자를 낸 것은 코로나19 발생했던 2020년(-1275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신세계면세점은 359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4분기에만 3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면세점의 영업손실 규모는 28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313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가 축소됐으나, 2018년 면세 시장에 뛰어든 이래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면세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아직 실적 발표하기 전이지만, 올해 1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922억원에 달하고 4분기에도 적자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예측이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실시한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손실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선 면세점 4개사의 지난해 영업손실 합산액이 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가장 컸던 2022년(1395억원)을 월등히 뛰어넘을 것이란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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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실적 먹구름 전망...수익 개선 사활
올해도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면세점 실적 부진은 근원적인 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가 돌아오지 않는 데다 중국인 보따리상에 지급하는 높은 수수료도 수익성 악화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고환율 기조가 이어진 데 따른 판매 부진 영향도 적지 않다.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해 있는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의 경우엔 높은 임대료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리모델링 중인 인천공항 임시 매장이 공사를 마치고 정규 매장으로 전환해 임대료 감면 혜택이 종료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더 높은 임대료를 내야 해 업체들의 부담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면세점들은 올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 올해 다이궁과 거래 비중을 줄이고 개별 관광객 모시기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올해부터 다이궁과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면세점 가운데 첫 사례다. 다이궁 대신 개별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강화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지난해 조직을 폐지했던 마케팅 부문을 다시 신설하고 내부에 마케팅 전략팀, FIT 마케팅팀, 여행사 마케팅팀, 커뮤니케이션팀을 배치해 마케팅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국내 정세 불안과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치솟은 원달러 환율의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을 위한 환율 보상 프로모션도 전개한다. 부산점에 지인과 동반 방문 시 혜택을 두 배로 주는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세계면세점은 글로벌 기업과 마케팅 제휴로 고객을 확대하고 있다. 캐세이퍼시픽, 남방항공 등의 항공사와의 마케팅 제휴를 통해 객단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12월엔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와 제휴를 맺고 개별 관광객 공략에 적극 나선 상황이다. 또 손익 개선을 위해서는 송객 수수료도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갈 예정이다.
신라면세점은 럭셔리 브랜드를 추가 오픈해 매장으로 고객 발길을 이끄는 한편, 개별 관광객을 겨냥한 소매 위주로 사업을 재편해 수익성을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현대면세점은 상권별로 상품 구색을 달리해 고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공항 면세점인 인천공항점은 루이비통, 샤넬, 구찌에 더해 상품기획(MD)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무역센터점과 동대문점 등 시내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K-패션, K-뷰티 등 K-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무역센터점에 비건 유기농 크림으로 유명세를 탄 '슈요니'와 코스메틱 브랜드 '비오엠' 등 국내 뷰티 브랜드가 신규 입점했고, 동대문점에는 지난해 '오드타입', '라씨엘르', '라비앙' 등 총 13개의 K-뷰티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온라인 채널도 고객 특성에 맞는 세분화된 MD 구성과 타깃 마케팅을 통해 고객 편의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면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면세점들의 경영 상황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수익성 회복이 관건"이라면서 "수수료 부담이 큰 중국인 보따리상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개별 관광객 매출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펴겠으나만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 고환율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적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