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자영업 기획 넘어 연금·노인빈곤도 함께 다뤄주길

2024-09-29

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9월 회의가 지난 24일 열렸다.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 사회로 진행된 회의에서 독자 위원들은 중앙일보 창간 59주년 기획 '2024 자영업 리포트'와 '혼삶 탐구보고서' 등 한국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기획을 높이 평가했다. 더 나은 지면과 콘텐트 제작을 위한 비판과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중앙일보 창간 기획 '자영업 리포트'는 상당히 관심 있게 봤다. 치킨 자영업은 새로 창업하는 만큼 폐업이 이뤄진다. 최근 커피점 생기는 건 그걸 능가한다. 중고 물품점 가보면 물건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다. 자영업 폐업 때문이다. 우리 경제 현실이다. 그런 기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 주었으면 한다.

내수 위축 기사가 이달에 많이 실렸다. 우리가 수출 중심이었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보니 수출에 경고등이 켜지고 내수도 위축된다. 그게 결국 자영업자 몰락까지 연결되는 거다. 지금 잠깐 고용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대통령도 성장률이 괜찮고, 경제 좋다고 얘기하는데 밑바닥은 정말 말이 아니다. 내수가 위축되고 실물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많이 하고 보도도 해달라.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9월은 국내 최대 아트페어가 열리는 시기였다. 5일자와 9일자에 미술 시장이 좀 위축됐다는 내용을 잘 보도하는 등 지난해보다는 기사가 나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충분한 보도가 이뤄지지는 않은 것 같다. 미술도 산업의 일부로, 또 자산의 일부로 보고 다룰 필요가 있다. 좀 더 정량적인 분석이 앞으로 있으면 좋겠다.

자영업 기획은 재미있게 봤는데 아쉬운 점이 많았다. 자영업에 초점을 맞춰야 했는데 한식집과 치킨집의 대결 같은 느낌을 주었다(중앙선데이 8월30일∼9월1일). 자영업의 상징인 치킨집 대신 다른 음식점이 더 늘어나는 기저에는 어떤 사회적, 문화적 맥락이 있는지, 치킨집 대신 옮겨간 다른 음식점 창업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프랜차이즈만 잘 된다면 치킨집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등의 분석이 필요하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시각장애인의 화면 해설 녹음을 다룬 4일자 문화면 기사는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신선한 접근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실업 급여 2회 이상 탄 외국인이 급증했다는 12일자 기사는 부정 수급이 의심된다면 구체적인 수치에 기초해 감정적인 것을 배제한 상태에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인 혐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20일자 '국회 신뢰도 꼴찌권' 기사는 충분히 쓸 수 있는 사안이지만, 여야가 정쟁하느라 민생법안에 무관심한 행태가 반복되는 점이 꼽힌다고 원인을 지적했는데 사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개인적 의견을 넣는 것은 편향성 소지가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9일자 '지역화폐법 불쑥' 기사에서 '불쑥'이라는 표현도 편향을 드러낸다. 기사는 중립적으로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10일자 '선거법 공소 시효' 보도는 4·10 총선 관련해서 선거법 공소 시효가 6개월로 짧게 정해진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기사였는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 시효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서 정치권이 공직선거법 초단기 공소시효에 관해서 성찰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아주 시의적절하고 미국, 독일, 일본 사례도 소개한 좋은 내용의 기사였다.

13일자에서 감사원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 감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용산 이전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났고, 그 드러난 것도 전부 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용산만 자성할 일이 아닌 당시 그렇게 중요한 사안을 졸속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비판하지 않은 언론도 합당한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4일자 '패키징 경쟁력 잃은 한국' 기획 기사에서 그냥 반도체 업계 어렵다는 얘기는 듣지만, 우리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의 어려움과 소부장 기술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다 얘기를 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사설로까지 다뤄서 사람들이 잘 몰랐던 부분에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은 참 좋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지금 제일 문제 중 하나가 노인 빈곤이다. 중앙일보 자영업 기획은 참 좋은 기사라고 보는데 조금 더 확대하면 자영업자만이 아니라 나이 많은 사람들이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채 은퇴하게 돼서 돈을 벌어야 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노인들이 굉장히 많은 사회가 되다 보니까 특히 연금 문제와 함께 노인 빈곤에 관한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루면 좋을 것 같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혼삶' 특집 기사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입체적 접근으로 독자의 눈길을 끌었다. 연령대별 특성 분석과 현장 중심의 취재도 좋았다. 다만, 10일자 기사 생애주기별 혼삶 도표에서 연령대비 1인 세대의 비율이 적게는 12.6%, 많게는 20.1%라고 했는데 주민등록 가구의 42%가 1인 세대라는 내용과 부합되지 않는 등 일부 분명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의정 갈등 기사가 거의 매일 지면을 채우다시피 하는데 갈등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고 판단된다. 다만, 의사들을 정치성 강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시켜서 풀겠다는 것에 대해 기사의 논조는 적극적 지지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합의 가능한 포인트를 찾기 위한 물밑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다소 성급한 접근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3일자 국회 개원식 기사를 보면 양당의 자극적인 언사가 걸러지지 않고 꽤 자세히 옮겨져 있는데, 그 와중에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 의미는 무엇인지, 역대 최장 지각 개원은 무엇을 뜻하는지, 국회 구성과 의제 등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 거칠고 자극적인 내용 위주의 보도는 정치에 대한 독자들의 무분별한 냉소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9일자와 11일자 기사 등에선 여야의 설전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는데 독자들이 반드시 싸움 구경만 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극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으면서 선명성 경쟁에 몰두하는 정치인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주고 지면을 제공하는 방식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일보의 보도가 좀 더 건설적인 역할을 정립해갔으면 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19일자 '일상을 공포로 바꾼 모사드 작전'과 3일자 '네타냐후에 분노한 70만명 거리로'라는 제목의 기사는 전쟁을 대하는 이스라엘 국민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중동 사태와 관련한 기사가 지면에 매우 빈번하게 실리는 데, 차제에 중동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특집 기사를 제안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2일 국회 개원식 불참은 '87년 민주화' 이후 첫 사례인데 ‘여야 대표회담’을 보도하는 내용에 아주 간략하게 언급되었을 뿐이다. 국회의 합의 기능과 정치력이 실종된 상황에서 대통령마저 국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중앙일보의 날카로운 분석이나 비판이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6일자 필리핀 가사관리사 관련 기사에서 '절반이 필리핀 이모 취소했다'는 제목을 사용했다. 이모라는 호칭이 곳곳에서 흔하게 사용되고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직업의 노동자로 보기보다는 특히 저임금·비숙련 역할의 여성 직종을 다소 낮게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도가 어떻게 정착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올바른 호칭 사용을 제안한다.

'김건희 특검법'에 관한 여야의 공방 외에 김 여사를 둘러싼 주요 이슈가 무엇이며, 핵심이 무엇이고, 왜 그 이슈가 중요한지, 그걸 어떻게 보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같은 중앙 언론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해당 이슈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이 독자의 왜곡된 시각이나 불필요한 음모론이 확산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인공지능(AI)이 생활 속에 들어오면서 세대별로 어떻게 관점을 달리하게 되는지 풀어낸 4일자 '요즘 20대, AI 생활의 달인' 기사가 흥미로웠다. 다만 증시 데이터 정리 등은 효용성이 낮은 사례라는 점에서 약간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쉬웠다. 숙제가 사라진 미국 사례처럼 공부 및 학습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등을 내밀하게 르포 형식으로 스케치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시도일 것 같다.

지속적인 딥 페이크 관련 보도는 감사하다. 6일자 가수 솔비의 딥 페이크 피해 기사는 굉장히 위험한 범죄라는 사회 인식 개선이 먼저였는데, 강경하게 문제 삼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고 말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12일자 혁신창업국가 국제심포지엄과 보도는 벤처캐피털의 순기능적 역할을 잘 짚어준 행사이자 기사였다.

정리=임종주 정치에디터, 목재경 인턴기자 lim.j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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