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다문화 학생…양질의 맞춤 교육 필요

2024-10-09

다문화인구가 증가하면서 결혼이민여성 자녀 등을 포함한 다문화 학생도 늘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부모의 관심 부족 등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이나 중도입국 학생에겐 한국어 교육, 국내 출생 학생에겐 맞춤형 학습·진학 지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4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4월 기준 다문화 학생수는 19만3814명으로 지난해보다 7%(1만2636명)나 늘었다.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이며, 2016년 9만9186명과 비교하면 8년 새 2배가 증가한 것이다. 전체 학생 대비 다문화 학생 비율은 3.8%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전남의 경우 군지역에선 다문화 학생 비율이 모두 10% 이상이고, 일부 지역은 20%를 넘는다. 윤현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이주민 밀집지역 소재 학교의 실태 및 과제’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이 30% 이상인 초·중·고등학교도 전국에 350곳에 달한다.

다문화 학생 증가로 교육 현장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의사소통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 연구위원이 95개 학교, 342명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76.9%가 학교 운영에 가장 어려운 점으로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가정 학생과 중도입국 학생의 증가 현상’을 들었다.

특히 중도입국 학생들과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광양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한국어가 서툰 중도입국 학생을 위해 영어를 섞어 설명하거나 태블릿으로 번역하면서 수업하고 있지만 당장 수업 내용을 따라오긴 어렵다”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적응에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배려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자녀를 둔 한 어머니는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한국어가 조금 서툴다 보니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했고 공부방에서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국내에서 출생한 학생의 경우 의사소통엔 큰 문제가 없지만 학습·진학 지도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하굣길에 만난 광영초등학교 6학년 김경은·김다예양(12)은 각각 어머니가 중국·네팔 출신이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라 대화하는 덴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경은양의 어머니인 고수화씨(46)도 “첫째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낼 땐 아이나 저나 한국어로 말하는 게 서툴러 학교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셋째인 경은이는 한결 수월했다”면서 의사소통에는 문제없다고 전했다.

오히려 학부모의 소통 능력과 협조적인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남 보성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농촌 다문화 가정은 아버지가 나이가 많고 어머니가 외국 출신인 경우가 보통이다 보니 교육과정에 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다문화 자녀를 둔 또 다른 어머니도 “아이가 클수록 부모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아이 아버지는 교육에 별 관심이 없어 어떻게 지도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문화 학생을 지도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점으로 ‘이주 배경 학생의 한국어 미숙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57.3%)’ 외에도 ‘이주 배경 학부모와 소통의 어려움(42.1%)’ ‘이주 배경 학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무관심 등 비협조적인 태도(36.8%)’ 등이 꼽혔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다문화 관련 센터를 운영하며 한국어 교육, 결혼 초기 이주여성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참여는 저조한 편이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시·군 교육지원청별로 프로그램이 있지만 부모들의 요청이 없어 운영이 되지 않는 곳이 많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하고 다문화 교육에 관한 법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출생한 다문화 학생의 경우 대화에 큰 문제가 없지만 어머니가 한국어에 서툴고 아버지가 교육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며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하고 이들의 교육활동 참여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우선 과제로 다문화 교육에 대한 법적 기반을 조성하고 다문화 가정을 아우를 수 있는 교육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양=장재혁 기자 jaehyuk@nongmin.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