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반도체 시대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세계적 물기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고부가가치 초순수 시장을 일본 쿠리타, 프랑스 베올리아 등이 장악한 상황에서,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마땅한 국내 기업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한국수자원공사 국정감사에서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거기에 이득을 보는 초순수 기업은 다 일본·프랑스 등 외국계로, 국가차원에서 한두개 정도는 우리나라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순수란 미세 입자나 미생물 같은 불순물을 제거해서 이론적으로 가장 순수한 상태의 물을 뜻한다. 반도체 공정 상 웨이퍼 표면에 남은 부산물이나 먼지, 화학물질같은 오염물 세정, 희석 작업처럼 미세공정 단계에 투입된다. 초순수의 순도가 반도체 칩의 품질과 생산성을 결정짓는 만큼 '반도체의 혈액'으로도 불린다.
글로벌 초순수 시장규모는 2022년에 약 29조원에서 2028년 35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은 물을 수질 관리나 보전, 환경의 측면에서 바라봤다면 이제는 국가 첨단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글로벌 초순수 시장은 현재 일본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쿠리타는 작년 한해 매출이 약 3조9000억원으로 우리나라 초순수 시장의 2028년 전망치인 2조6000원을 이미 훨씬 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순수 생산시설 설계의 경우는 일본 쿠리타, 노무라가 국내 시장 100%를 점유하고 있다. 시공·운영도 다국적 기업인 프랑스 베올리아, 쿠리타 등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초순수 산업의 주체로 성장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수도법 제12조에 따라 수도사업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경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수공만 사업자 지위를 가지고 '운영권'을 가질 수 있고 민간 기업은 수도사업에 단독으로 참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
김 의원은 “'생활용수 부분은 민영화보다 공공영역을 지켜야된다'는 (환경단체) 지적을 이해한다”면서 “공업용수로 한정해 민간에도 수도사업자 지위를 부여한다면 첨단산업의 핵심 기반인 물 인프라에 국내 기업이 직접 참여해 설계·시공·운영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윤석대 수공 사장은 “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 협력하고 민간기업들이 물산업 부분에 진출할 수있는 방안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의해서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