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좌표 오입력'이 사고 직접적 요인
'목표 고도' 임의 수정…인명피해 날 뻔
업무상 과실치상·군용시설 손괴죄 혐의
조사본부 "사고 원인 등 계속 규명할것"

초유의 전투기 민가 오폭 사고에 대해 국방부 조사본부가 수사를 착수한 뒤 조종사 2명에 대해 형사 입건했다.
전투기 오폭 사고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오입력 좌표로 인해 자칫하면 훈련 사격장 인근 군인 아파트를 폭격하는 대참사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뒤늦게 드러났다.
오폭으로 군 성당과 연병장 초소 등이 일부 파손됨에 따라 군용시설 손괴죄 혐의도 적용됐다.
13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조종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본부는 "현재까지 수사를 통해 조종사의 표적 좌표 오입력이 사고의 직접적 요인임을 확인했다"며 "사고의 직간접적 원인 등에 대해 계속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사고 발생 후 국방부 차원에서 이번 사고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조종사 2명은 지난 6일 KF-16 전투기를 한 대씩 몰고 MK-82 항공 폭탄 각 4발을 실사격하는 훈련 중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해 민가에 폭탄을 투하하는 사고를 냈다. 이로 인해 부상자 38명, 재산 피해 166건이 발생했다.
공군은 이들이 속했던 전대와 대대의 지휘관도 보직 해임한 바 있다. 이들에 대해 중대한 직무 유기와 지휘관리 및 감독 미흡이 식별됐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사고에 따른 인명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었던 정황도 전해졌다.
공군에 따르면 해당 전투기 조종사들은 사격 전날인 지난 5일 폭탄 투하 좌표를 비행임무계획장비 컴퓨터에 잘못 입력하는 과정에서 좌표의 고도도 임의로 수정했다.
좌표가 컴퓨터에 입력되면 컴퓨터는 좌표 지점의 고도를 자동으로 산출하게 돼 있다. 원래 사격했어야 하는 지점인 승진과학화훈련장의 고도는 2000 피트(609m)인데, 잘못 입력한 좌표의 고도는 500여 피트(152m)로 산출됐다.
그러자 조종사는 훈련 계획서에 적힌 대로 고도를 2000 피트로 임의로 수정 입력했다. 그 결과 이튿날 이뤄진 실사격에서는 폭탄이 더 멀리 날아가면서 오입력한 좌표에서도 약 2㎞ 벗어난 지점에 떨어졌다.
만약 조종사가 고도를 수정하지 않았을 경우 폭탄은 5층짜리 군인아파트 4개 동이 들어선 곳에 탄착될 수 있었다.

좌표에 따른 고도가 자동 산출되더라도 고도를 수정 입력하는 것은 기본 절차 중 하나라고 공군은 밝혔다.
공군은 이같은 내용을 지난 10일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 당시 밝히지 않았다.
공군 관계자는 "좌표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고 확인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 사고의 핵심 원인"이라며 "이 내용은 오폭과 직접적 관련이 없어서 발표에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폭 사고 전투기 조종사 2명의 혐의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상 외에 일부 전투시설 또는 군용시설이 손괴된 부분이 있어 (군용시설 손괴죄) 혐의도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윤서 공군 서울공보팀장은 "잘못 입력된 좌표와 정상 좌표의 어떤 고도의 차이를 조종사들이 왜 인지하지 못했을까 하는 부분은 조사 및 수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며 "표적 좌표의 고도를 작전사 훈련계획서대로 입력하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적인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이해시켜 드리는 데에 더 혼란을 드릴 것이라고 판단해서 이번 중간 사고조사 결과 발표 때는 포함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군은 다음 주 사고 조종사 2명에 대해 공중근무자 자격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