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으로 떠들썩한 5월, 이상하게도 교육 공약만큼은 조용하다. 학부모 표심을 잡기 위해 선거철마다 굵직한 교육 공약이 나와 논쟁거리가 되곤 했었는데 지금은 크게 눈에 띄는 게 없다. 각당 경선 전에는 별별 교육 공약이 난립하더니, 정작 대선 후보가 정해지자 ‘교육’은 다른 이슈에 밀려 이번 대선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대선 후보들의 대입 관련 교육 공약 중 눈에 띄는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서울대·지역거점국립대 공동학위제’ 정도다. 필자는 지난달 “대선 후보들에게 우후죽순 대입 정책보다 통찰력 있는 교육 공약을 기대한다”는 글을 썼다. 교육 공약이 쏟아질 걸 우려했는데, 웬걸.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지금에도 고민이 돋보이는 교육 공약이 전무하다. 위의 두 교육 공약 모두 이전 정부들에서도 수차례 논의됐던 구문이다. 두 후보 모두 내세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도 새롭지 않다. 국립대를 중심으로 사립대, 지자체, 산업체가 협력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RISE 사업은 윤석열 정부 정책으로, 교육부는 재작년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도 남은 기간 번듯한 교육 공약이 나오고, 차기 정부에 잘 반영되길 기대하면서 눈여겨봤으면 하는 교육 이슈를 짚어본다. 선거 직후 바로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가장 먼저 ‘대입 제도 개혁’과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과제를 마주할 것이다.
대입 제도는 초중등 교육은 물론 사교육 시장, 나아가 지역 격차와 사회 갈등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지금까지 대입 제도는 사교육비 경감 수단으로 활용됐다. EBS 교재를 수능과 연계하는 등의 시도도 이 일환이다. 그러나 대입 제도는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녀야 한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수단에서 벗어나 오로지 ‘대학입시’만 관여해야 한다. 대입 제도를 활용해 중등 교육을 통제하거나 사교육 수요를 억제하려고 시도한다면 여느 때처럼 역효과만 낳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사교육 문제다. 필자는 최근 사교육 과열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출범한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산하 사교육경감특별위원회에 강연자로 초청돼 여러 위원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사교육 시장의 고급화, 수능 이원화·복수 시행·외부 내신 평가제 등 사교육 유발 요인과 관련해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위원들은 교육 정책으로 인한 사교육 실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 민간 교육 현장 목소리도 정책에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사교육 경감 대책은 하루아침에 효과를 낼 순 없지만, 정책 입안자와 민간 교육 현장이 끊임없이 소통해야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새 정부에서도 이런 시도는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사교육과 관련해 한 가지 제안도 덧붙이고 싶다. 사교육이 한국 사회에 가져온 부작용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사교육에 부정 프레임만 씌우기에는 이제 너무 멀리 왔다. 지금의 사교육은 많은 변화를 거쳐 단순 ‘입시 도구’를 넘어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하는 민간 교육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 같은 형태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기여하면서도 지리적,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학습 기회를 넓히고 있다.
또 한국 사교육은 최근 ‘K에듀’로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 교육 콘텐츠를 수입하거나 벤치마킹하려는 국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사교육을 ‘민간 교육’이라는 새로운 틀로 바라볼 때다. 사교육을 무조건 억제하기보다는 공교육 ‘보완재’로 여기며 건전하게 성장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민간 교육의 우수한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책은 실현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 모든 정부에서 손댔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대입 제도와 사교육 정책이 이제는 빛을 발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