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도 관심인 ‘외국인 관광’···개방하자니 통제 풀리는 ‘딜레마’

2025-03-20

통일연구원 보고서···최근 북 관광 개방 분석

외화벌이는 쏠쏠···정보 유입, 실상 공개 부담

“주민과 외국인 모두 북한 객관적 평가 기회”

트럼프 띄운 ‘북 관광 개발’···대북제재로 한계

해외 관광객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북한이 ‘개방과 통제의 딜레마’ 때문에 관광 활성화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국인 관광이 외화 확보를 위해 필요하지만 외부 정보 유입에 따른 내부 체제 이완의 우려가 작동한다는 취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관심을 끈 ‘북한 관광 개발’은 강력한 대북제재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황주희 부연구위원과 나용우 북한연구실장은 20일 공개한 ‘북한 관광산업 활성화와 통제의 딜레마’ 보고서에서 “북한이 관광 산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근본적인 딜레마는 개방과 통제 사이의 균형 (문제)”이라며 “관광을 통한 교류 확대는 북한 내부로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북한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 관광객 881명을 유치하며 외국인 관광을 일부 허용했다. 지난 2월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 동북부 나선특별시에 서방 단체관광객을 들였고, 다음 달 열리는 평양국제마라톤에 외국인 참가 신청을 받았다.

북한의 외국인 관광 추진은 외화벌이 목적이 가장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북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역대 가장 많은 30만명 수준이었고 이에 따른 외화 수입은 9000만~1억5000만달러로 추산됐다.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로 국제사회로부터 다방면 제재를 받는 북한에게 관광 수입은 “합법적 외화 조달 수단”이다.

그러나 북한의 외국인 관광 활성화 추진에 한계가 클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다. 북한 정권 유지의 핵심인 사회주의 체제 결속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만들며 공들여온 내부 주민 통제가 외부 정보 유입으로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서방 관광객이 나선 단체관광 중 북한 가이드에게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견’을 물어본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연구진은 “북한 관광이 활성화되면 주요 관광지에서 지역 주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 간 접촉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와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기회들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과거보다 유튜브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북한의 열악한 실상을 실시간으로 올리는 것도 부담이다. 최근 나선을 여행한 서방 관광객들은 북한 당국의 통제에도 각종 영상과 사진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북한이 지난 5일부터 돌연 서방 관광객의 나선 단체관광을 중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김정은의 관광산업 활성화 정책은 북한 주민과 외국인 관광객 모두에게 북한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북한이 경제적 목적으로 추진하는 관광산업 정책은 당초 의도와 달리 김정은 정권 유지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외 전면개방을 선택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이 관광 재개와 중단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외국인 관광 활성화 의지를 거듭 피력해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며 “세계 여러 나라의 벗들이 즐겨 찾는 조선의 명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에는 백두산 인근 삼지연시 건설 사업 현장을 찾아 백두산관광문화지구를 언급하며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월 취임 직후 “그(김 위원장)에게 해안가의 엄청난 콘도 역량이 있다”고 말하며 북한 관광지 개발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연구진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 관광 산업 투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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