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유플러스, SKT 이탈 고객 잡기 '사활'… 대리점서 마케팅 수위↑
22일부턴 단통법도 폐지… "긍정적 방향으로 이어질 보완 대책 필요"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SK텔레콤(SKT)이 '위약금 면제' 조취를 취하며 유심 해킹 사태 수습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이탈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며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특히 단통법 폐지까지 앞두고 일부 통신사 대리점에서는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듯한 마케팅이 등장하면서 업계를 중심으로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T가 오는 14일까지 약정을 해지하는 고객들에게 위약금을 면제해준다고 발표하자 이를 악용한 타 통신사들의 마케팅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선 KT의 한 대리점에서는 '위약금 관련 안내문' 이라는 제하의 우편물을 만들어 인근 아파트에 대량 배포했다. 해당 우편물은 '긴급 기자회의 결과'라는 문구 등과 함께 마치 정부기관 공문을 연상하게 하는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고객 불안감을 부추길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KT는 일부 판매점에서 '해킹은 내 정보를 털기 시작해서 나중엔 내 인생이 털리는 것'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는 문구가 담긴 고객 대응 대본이 배포돼 '공포 마케팅' 논란이 일었다. 이에 SKT는 KT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며 맞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라고 한 내용은 저희도 전달받았지만 저희 측에서 (신고와 관련해선) 아직 확인된 것은 없다"며 "일단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리점에서 이뤄지는 마케팅은) 회사 차원에서 지시를 한다거나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유통망에서 자체적으로 현장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LG유플러스의 한 대리점에서는 "과학기술통신부 'SK 더 사용하지 말고 옮길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내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원에서 SKT 약정 해지를 강조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문구다.
이는 허위 정보를 담은 것을 넘어 정부기관을 사칭한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표시·광고법(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장제3조제1항)은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등 사업자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해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하게 한 사업자 등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방침은 '이용자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는 마케팅이나 허위 기반 광고는 자제하고, 적발시 엄중조치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직영점의 경우 직접 고용 관계라 (지침이) 철저히 지켜질 수 있겠지만 대리점의 경우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리점 계약을 맺은 매장들이 훨씬 더 수가 많아서 (부각되는 것 같다)"라며 "그래도 저희 측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렸고 적발 시 사후 조치하겠다고 한 만큼 그런 (고객 불안 조장 마케팅) 현상이 차차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통위 차원에서 이용자 피해를 유발하는 통신사들의 과도한 마케팅에 대해 실태 점검을 진행중이지만, 허위·과장 광고는 이미 정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SKT가 위약금 환급을 해주는 기한인 14일이 다가올수록 경쟁사들을 중심으로는 'SKT 이탈 부추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유심 해킹 사태로 SKT가 위기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반대로 경쟁사들 위주로는 고객 유치에 총력전을 벌이는 모습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어 "과열 경쟁을 억제할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며 "상대방을 향한 지나친 허위사실 공표 등은 금지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보조금 제한 사라지는 통신업계… 초기 이통사 '삼국지' 재현?

이 가운데 통신업계는 오는 22일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도 앞두고 있어 유례없는 '통신 대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공지지원금의 15% 이내) △가입유형 및 요금제에 따른 부당한 지원금 차별금지 등 주요 규제가 사라진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전날 갤럭시 폴더블폰을 공개하고 오는 15일부터는 사전예약 판매에 돌입하는 만큼 통신사간 보조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단통법이 당초 '유통점 간 경쟁 과열과 불투명한 보조금 제도, 소비자 간 권익 불균형 등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만큼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되니 단통법 폐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지용 교수는 "SKT 사태와 단통법 폐지 시기가 맞물리면서 통신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보조금 경쟁에 제한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또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 소비자에게 (그 가격이) 전가될 수도 있으니 이를 제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