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생각 없어요”…늘어나는 2030 캥거루족

2024-09-17

한준호 기자 hjh12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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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 광주시 신현동에 거주하는 김모씨(31)는 5년전 자취를 시작했지만, 일정치 않은 수입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지난해부터 본가로 돌아와 거주하고 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안 해본 일이 없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잡지 못해 결국 본가로 돌아와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있다”고 말했다.

#2.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이모씨(33)는 최근 멀어진 직장으로 인해 회사 인근 자취방을 알아봤지만 높은 월세와 생활비 부담에 먼 거리를 감수하고 이전부터 살고 있던 부모님의 집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이씨는 “지금 월급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돼 불가피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사회·경제적으로 자립할 나이인 20·30세대 청년층 중 독립생활을 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는 ‘캥거루족’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물가, 주거비 부담에 더해 고용불안 등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데, 고용과 의식주 전반에 대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엘리베이터 TV 운영사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25~39세 196명을 대상으로 아파트 입주민의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한 자료인 ‘트렌드 리포트: 캥거루족 편’에 따르면 지난해 포커스미디어 엘리베이터 TV가 설치된 단지 입주민 중 부모님과 함께 사는 성인 남녀 10명 중 7명이 ‘결혼 전까지는 독립 계획이 없다(68%)’고 답했다.

독립하지 않는 이유로는 ‘딱히 독립 필요를 못 느낀다’( 40%), ‘부모님과 사는 것이 편하다’(32%) 순이였다.

더욱이 집값이 비싸다(32%), 생활비가 부담된다(23%) 등 경제적 이유로 캥거루족을 택한 경우도 많았다.

같은 달 정부가 다양한 청년의 삶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만 19~34세 청년이 속한 전국 1만5천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57.5%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고, 부모 동거 청년의 3명 중 2명꼴인 67.7%는 아직 독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캥거루족의 증가를 막기 위해선 청년들의 고용 불안을 해소할 만한 정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고용 불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청년들을 위한 질 좋은 일자리를 민간 기업 등에서 확대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고용을 확대하는 민간기업에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협동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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