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사의 지원금 담합 의혹 사건에 대한 심결을 다음달 19일·26일 이틀에 거쳐 진행한다. 공정위는 이통사를 상대로 최대 5조5000억원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고 예고해 통신업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를 상대로 담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전원회의 일정을 통보했다.
공정위는 내달 4일 이통3사와 KAIT 관계자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로 불러들여 사전의견 청취를 진행한다. 이후 19일과 26일 각각 전원회의를 진행하고 사건에 대해 제재조치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공정위의 사전 의견 청취를 법원에 비유하면 선고를 앞둔 최후 변론 절차에 해당한다. 상임위원 3명이 이통사로부터 종합적인 의견 진술을 청취한다. 이후 이틀에 거쳐 전원회의 심결에서는 검찰에 해당하는 공정위 심사관이 제재 이유와 필요성 등을 주장한다. 판사 역할인 공정위 위원들은 사무처와 피심인 의견을 듣고 최종 처분을 결정한다. 공정위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대형사건에 대해 피심인과 협의해 이틀간 심결을 진행한다.
사건 심결을 앞두고 통신업계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통통신 3사가 판매장려금 및 거래조건 등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과징금 최대 5조5000억원 부과가 가능하도록 심사보고서에 적시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부과 가능 금액은 SK텔레콤 1조4091억~2조1960억원·KT 1조134억~1조6890억원·LG유플러스 9851억~1조6418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단, 공정위는 전원회의 심의에서 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제재 수준은 경쟁제한 효과, 통신시장 상황, 부당이득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통신사들은 공정위 입장에 반대하며 신중하게 심결을 준비하고 있다. 이통사는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주장하는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과 번호이동 상황반 운영이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준수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부당한 지원금 차별을 금지한 단통법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였으며, 실제 운영과정에서도 법률을 준수해 방통위 지시를 따랐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는 공정위가 제시한 의견제출 시한을 3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해 10월 의견서를 제출했다.
통신 주무부처도 공정위 입장에 사실상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 등 운영이 단통법을 준수했다는 입장의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통사가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받을 경우,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 투자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공정위에 전달했다.
공정위 전체회의 심결은 법원 1심에 해당한다. 심결 결과에 따라, 통신사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원회의 일정과 관련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