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달 19일·26일 통신 3사의 지원금 담합 의혹 사건 심결을 예고하면서 통신·디지털 산업에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과징금 규모는 최대 5조5000억원까지 산정 가능하다. 정부 부처간 규제권한을 둘러싼 논란과 투자 위축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권한 논란 확산 전망
이번 사건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정부 부처간 규제권한과 소관법률이다. 공정위는 이통사와 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상황반을 운영하고, 시장 과열 상황에 따라 판매장려금을 가이드라인(30만원) 이내로 조정한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에 따른 담합으로 본다.
하지만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은 단통법 집행행위로, 법령에 따른 정당한 관리·감독행위”며 “단말기 유통규제는 시장과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방송통신전문기관인 방통위가 수행해야 할 고유 업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7월 폐지 예정인 단통법은 불합리한 이용자 차별 예방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가이드라인 운영은 이 같이 방통위가 단통법을 구체화하는 장치이므로,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게 이통사 주장이다. 국회도 이달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 통신시장에 대한 규제권한이 방통위에 있고 시장관리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명확히 했다.
이처럼 정부 기관간 규제권한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처분을 내릴 경우, 향후 항소심 등에서도 효력관련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서울고등법원은 해운사 담합 사건에서 해운 분야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규제권한은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있다고 보고 에버그린에 대한 공정위 과징금을 취소한 바 있다.
◇투자·시장 위축 우려
5조5000억원은 공정위가 심사보고서에 적시한 위반행위와 그에 따른 과징금 부과기준을 최대한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공정위 심결에서는 시장상황, 부당이득 규모, 경쟁제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만큼, 5조5000억원이 그대로 부과될 가능성은 낮다.
과징금 규모를 가늠하긴 어렵다해도 이통 시장 전반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국회 여야는 단통법 폐지에 이견이 없었다. 규제를 폐지해 시장에 지원금이 순환하도록 해 얼어붙은 통신 유통 경기를 살려보자는 취지였다. 과징금 부과는 이같은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과징금 규모에 따라, 이통사 투자동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5G·6G 혁신기술 개발은 물론, 범 정부 차원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일 핵심 무기로 인공지능(AI)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운영을 위해 민·관이 공동으로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총 4조원 규모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민간 AI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거대 자본과 현금흐름을 보유한 이통사의 투자 위축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공정위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AI 투자위축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