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한 도매시장법인 지정 취소 의무화…공공성·효율성 ‘제고’

2025-01-23

지난해 고물가 주범 가운데 하나로 농산물 유통체계가 지목된 바 있다. 그중에서도 일부 도매시장법인의 수익구조가 조명받았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선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을 집중적으로 발의하면서 도매법인의 명운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부 또한 지난해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엔 도매법인 평가체계를 대폭 손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그 행보에 관심이 커진다. 변화 기로에 서 있는 도매법인을 둘러싼 국회·정부의 움직임을 짚고 법인 기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본다.

‘농안법’ 개정안 4건 발의=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5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내놨다. 방안에서 농식품부는 유통비용 10% 이상 절감을 목표로 4대 전략 10대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공영도매시장의 공공성·효율성 제고는 4대 전략에서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이 전략 실현을 위해 ▲도매시장 내 경쟁 촉진 ▲법인 수익 적정성 여부 검토 ▲도매가격의 변동성 완화 등을 세부 과제로 제시했다.

국회에 발의된 ‘농안법’ 개정안은 모두 4건으로, 정부가 제기한 쟁점을 두루 담았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일 발의한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의 안건을 시작으로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경기 여주·양평), 더불어민주당의 임미애 의원(비례대표)과 윤준병 의원(전북 정읍·고창)의 안이 올라와 있다. 이들 개정안은 ▲법인 지정 취소와 재지정 ▲정가·수의 매매 전담 인력 확보 ▲위탁수수료율 하향 조정 등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지닌다.

“성과 부진 도매법인 지정 취소하고 정가·수의 전담 인력 둬야”=도매법인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지정 취소 의무화다. 지정이 취소되면 도매시장에서 사업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농안법’은 도매법인 지정 취소를 임의규정으로 두고 있다. ‘농안법’ 제82조 3항에 따르면 평가 결과 운영 실적이 기준 이하로 부진해 출하자 보호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도매시장 개설자는 도매법인의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박덕흠·김선교·임미애 의원의 안은 이같은 임의규정을 모두 강행규정으로 바꿨다. 다만 지정 취소 기준은 서로 다르다. 김 의원은 ‘출하자 보호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때’, 박 의원은 ‘출하자 보호와 농산물의 안정적 유통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때’ 법인 지정을 취소하도록 했다. 임 의원 안은 ‘법인 평가 결과 하위 30% 이하일 때’ 취소를 의무화했다. 특히 임 의원의 안은 지정 평가 때마다 평가를 해 하위 30%에 드는 법인은 반드시 지정 취소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신규 법인을 추가하는 데는 적극적이다. 세 의원 안은 모두 ‘공모’ 방식으로 신규 법인을 유치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재지정 법인의 지정 기간은 축소했다. 박 의원의 안은 재지정 기간을 ‘3년 이상 5년 이하’로, 김 의원과 임 의원의 안은 ‘5년 이하’로 명시했다. 현행 ‘농안법’은 재지정 기간을 ‘5년 이상 10년 이하’로 한다. 이밖에 세 의원의 안 모두 정가·수의 매매 전담 인력을 도매법인이 의무적으로 두게 했다.

“가락시장 위탁수수료 요율 4% 미만으로”=위탁수수료 요율 조정도 뜨거운 감자다. 해당 사안을 부각한 것은 임미애·윤준병 의원의 안이다. 현행 위탁수수료 요율은 ‘농안법 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다. ‘농안법 시행규칙’ 제39조에 따르면 청과부류의 위탁수수료는 거래금액의 1000분의 70, 즉 7%이다.

임 의원과 윤 의원의 안은 근거 법령을 시행규칙에서 법률로 상향했다. 특히 임 의원 안은 위탁수수료를 ‘거래금액의 1000분의 70’으로 유지하되 서울지역 중앙도매시장만 ‘1000분의 40 미만’으로 했다. 서울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 위탁수수료 인하를 정조준한 것이다. 현재 가락시장 내 도매법인은 거래금액의 4~7%를 출하농민에게 받고 있다.

윤 의원 안은 거래금액의 1000분의 50으로 유지하되 지방 도매시장은 1000분의 10을 더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 도매시장이 받는 위탁수수료를 최대 6%까지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현행 요율과 비교하면 최대 1%포인트 하락하게 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크게 당혹해했다. 유통인 구인난 등 시장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데다 가락시장 등 일부 시장에 대해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일각에선 이해 당사자인 법인 측 의견 자체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서효상 기자 hsse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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