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온 진양철 회장의 일갈은, 한국 대기업들이 매년 수백억원씩 들여가며 운영하는 한국 프로야구단을 두고도 통한다. 야구단에서 나오는 수익보다 들어가야 하는 돈이 더 많고, 기업 경영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주주들로부터 질타받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런데도 자산총액 기준 재계 20위 그룹 가운데 8곳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단지 ‘야구광’ 회장님들의 비싼 취미생활로 취급하기엔 무리가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한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의 뜨거운 열기, 그 한가운데에서 대기업들은 계산기를 어떻게 두드리고 있을까.

목차
1. KBO, 관중도 매출도 ‘역대급’
2. 그래서, 모기업에 돈이 되나?
3. ‘재무제표 이면’에 숨은 가치
4. MLB, ‘광고판’ 이상의 비즈니스
1. KBO, 관중도 매출도 ‘역대급’

KBO는 관중도, 실적도 모두 웃고 있다. 지난해 총관중 수는 1088만7705명으로, 이전 기록인 2017년(840만688명)을 크게 뛰어넘었다. 또 720경기 중 30.7%인 221경기가 매진을 기록했다. 대전광역시 터줏대감 한화 이글스는 무려 절반이 넘는 66.2%의 매진율을 기록했다. 한 야구단 관계자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도입 등으로 리그 운영이 보다 공정해졌고, MZ세대에게 야구가 ‘가성비 좋은 여가’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입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는 매출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0개 구단 재무제표를 분석해 보니 총매출액은 6825억원으로, 2023년(6147억원)보다 11% 늘었다. 영업이익은 17.8% 늘어난 326억원을 기록했다. KBO는 ‘적자 구단’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10개 구단 중 7개 구단이 흑자를 냈다. 특히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실적과 비교하면 5년 새 매출액은 32.2%, 영업이익은 448.1% 급증했다. ‘야구가 다시 살아났다’는 말이 실감나는 수치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구단은 역시 지난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기아 타이거즈다. 매출액은 2023년 454억원에서 지난해 771억원으로 69.6% 성장하면서 10개 구단 중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기아 관계자는 “작년에 상품화 사업과 입장 수입 등이 대폭 늘었다”며 “우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아 타이거즈 홈구장인 광주광역시 챔피언스 필드를 찾은 관중은 역대 최대인 126만 명을 기록했다. 이전 기록인 2017년(102만 명)보다도 24만 명이나 많았다. 비록 영업손실은 735억원을 기록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선수단과 직원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됐고, 우승 관련 추가적인 이벤트와 행사 비용도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웃을 수 있는’ 적자인 셈이다.
지난해 10위를 기록한 키움 히어로즈(-29.9%)와 9위를 기록한 NC다이노스(-8.8%)를 제외하면 대부분 구단에서 매출이 증가하거나 보합세를 보였다. LG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0.6% 줄었는데,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기록한 2023년 매출이 크게 늘었던 영향이다. 특히 5년 전과 비교하면 10개 구단 모두 증가세다. 기아와 마찬가지로 입장권 수입뿐 아니라 상품 수입까지 덩달아 늘어난 결과다.

특히 두산 베어스는 인기 이모티콘 캐릭터인 ‘망그러진곰’과의 컬래버를 통해 유니폼, 모자, 굿즈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대박’을 터뜨렸다. 실제 지난해 두산 베어스 매출 증가분(79억원) 중 입장 수입(36억원)뿐 아니라 사업 수입(32억원)의 기여도 컸다.
올해도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이미 최단 기간 3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작년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SPC삼립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함께 출시한 ‘크보빵(KBO빵)’은 출시 41일 만에 1000만 봉 판매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프로야구 전성시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