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 금녀의 벽' 깬 첫 여성 왕실 천문관…미셸 도허티, 우주의 벽을 넘다

2025-08-02

찰스2세, 1675년 이래 남성만 임명

우주물리학자로 NASA·ESA도 인정

영국 천문학계의 가장 명예로운 자리인 왕실 천문관(Astronomer Royal) 자리에 350여년만에 사상 최초로 여성 과학자가 임명됐다.

영국 내각부는 31일(현지시간)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미셸 도허티(Michelle Dougherty) 우주물리학 교수를 제16대 왕실 천문관으로 공식 발표했다. 이 직책은 1675년 찰스 2세가 항해술 발전을 위해 신설한 자리로 무려 35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천문학 명예직이다. 지금까지 이 자리를 맡은 사람은 모두 남성이었으며,도허티 교수는 최초의 여성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녀의 업적은 단순히 상징적인 '최초'에 머물지 않는다.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 대기에서 물과 탄화수소를 찾아낸 획기적인 연구, NASA·ESA 공동 탐사선 '카시니-하위헌스' 프로젝트의 자기장 데이터 분석, 그리고 ESA 목성 탐사선 '주스(JUICE)'의 자력계 수석연구원을 역임한 바 있다. 2008년에는 전기·자기 분야의 독창적 업적을 인정받아 영국 왕립학회의 휴즈 메달을 수상했다.

196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도허티 교수는 학창시절 과학 수업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만들어준 망원경으로 10세에 직접 목성을 관측하며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고, 대학에서 처음 접한 과학 수업에서 압도적인 재능을 보이며 세계적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는 BBC 인터뷰에서 “누구나 제가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성별이 아니라 제가 해낸 일 때문임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소녀가 저를 보고 '나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건 제가 진짜 바란 변화의 시작입니다.”라고 밝혔다.

도허티 교수는 앞으로도 천문학 대중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는 “이 직책을 통해 천문학이 얼마나 흥미롭고, 또 우리 일상에 중요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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