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경남지역 중소기업 ‘희비 교차’

2025-01-07

계엄 여파 환율 1400원대 이어져

수출 비중 따라 환차손익 나뉘어

해외 원자재 비중 높은 기업 타격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경남지역 중소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출 기업의 경우 환차익에 따른 매출이 높아질 수 있으나 대기업 등에 납품해 간접적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 간접 수출 기업은 납품 단가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원화가 절하되며 수입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기 때문이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급격한 환율 상승이 중소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업체마다 각기 달랐다.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환차익을, 정부 사업이나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중소기업은 원자재 수입에 따른 환차손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차익이 있는 기업도 있으나 지역 경제 전반과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환율 급등이 좋지만은 않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하면서 1500원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1300원대에 형성되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1400원을 돌파했다. 이어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사태로 1470원대까지 급등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6.7원을 찍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7일 종가는 전일 대비 13.6% 하락한 1449.3원으로 나타나며 다소 진정됐다.

이 같은 환율 급등으로 창원 소재 한 금속 단조 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은 매출 상승 효과를 보고 있다. 이 기업 대표 A씨는 “환율 급등에 따른 원자재 구입 비용이 오른 것은 맞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에 있어 환율 상승을 상쇄한 부분도 있다”며 “이를 감안해도 수출 대금이 달러로 거래되기에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창원 소재 플랜트 분야 중소기업 입장은 달랐다. 이 기업 대표 B씨는 “원자재 수입 가격이 크게 오르며 최근 계약한 수주 사업의 비용이 6~10%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입주기업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박정우 마산자유무역지역기업협회 회장은 “수출을 많이 하는 업체들은 호재일 수 있는데, 원자재값 상승으로 장기적으로는 전체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되기 때문에 너무 높은 환율은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삼연 중소기업융합경남연합회장은 “지역 중소기업의 경우 간접 수출이 많아서 환차익 효과는 미미하다. 고환율이 중소기업에 좋을 것은 없다고 본다”며 “자동차 부품 업종은 해외 원자재 비중이 높아 고환율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주로 원자재 수입을 하고 있고 이들 기업은 환 헤지를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수입 가격 상승을 맨몸으로 받아내는 셈”이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수출기업들은 미리 환 헤지를 하고 있어 환차익은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준홍 경남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들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고환율이 앞으로 있을 대기업 납품 단가에 적용돼야 하지만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서 발표된 ‘중소기업 환율 리스크 분석 연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평균 환리스크 비중은 영업이익 대비 최대 25%까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환율 1% 상승 시 중소기업의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중소기업의 효과적인 환 헤지를 위해 전략 수립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연구 보고서는 제안하고 있다.

이에 지역에서도 고환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장영 경남벤처기업협회장은 “대기업들은 환율 영향을 심각하게 받는 하도급 업체를 조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 국가계약법에는 환율 급등의 경우 조정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시스템을 가동해줘야 하고, 중소기업이 환변동보험을 더 쉽고 많이 이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년호 한국중소기업협업진흥협회장은 “대기업이 도급을 사급으로 전환해주는 등의 상생의 묘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본다”며 “아울러 금융권의 지원도 필요한 시기이다. 한시적으로 예대마진 비율을 낮춰 고환율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들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BNK경남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지원 방안 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BNK경남은행은 기업에 수입신용장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연장 횟수를 1회에서 3회로 늘린다. 또한 외화대출을 한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지원에도 나선다. 또한 분할 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고, 금리 부담도 완화할 계획이다.

BNK경남은행 관계자는 “최근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인해 지역 중소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BNK경남은행은 지역 대표은행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규홍·한유진·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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