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100조원 투자? 중소기업은 남 얘기”

2025-06-03

[스타트업이 새 정부에 진짜 원하는 것 ⑤] “AI 100조원 투자? 중소기업은 남 얘기”

[바이라인네트워크x코딧 공동 기획] 스타트업은 어떤 정책을 필요로 할까요? 21대 대선을 앞두고, 스타트업이 새 정부에 진짜 원하는 정책을 총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제 막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이 어떤 정책을 바라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새로 탄생하는 정부가 앞으로 이 이슈에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 기사는 정책 연구 스타트업 코딧과 바이라인네트워크가 함께 합니다.

① 클라우드 장벽에서 꺼내주세요

② “글로벌 팁스 받으려면 글로벌 투자 받아오라고?”

③ “스타트업도 고액 연봉자 뽑게 지원해주세요”

④ “희망고문만 계속되는 규제 샌드박스”

⑤ “AI 100조원 투자? 중소기업은 남 얘기”

“AI를 도입할 수 있는데, 몰라서 도입 못한다고 느꼈어요.”

2일 IT 외주 플랫폼 ‘위시켓’이 연 ‘더불어민주당 임문영 디지털특별위원장 초청 IT 정책 간담회’에서 정창식 유어코드 대표가 낸 현장의 목소리다. 유어코드는 스타트업을 위한 앱·웹 전문 개발사다.

정 대표는 “AI 전문 인력이 없다, AI 기획이나 운영이 모두 어렵다, 경영진의 AI 이해도가 낮다, 비용이 적절한지 잘 모르겠고 성과가 날 지 모르겠다는 등의 이야기가 현장에 실제로 있다는 걸 느꼈다”면서 “그러나 현장에서 강의를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부분은 ‘AI를 몰라서 도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대선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공약 중 하나는 ‘AI’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기업수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아직 AI를 제대로 도입하거나, 활용하고 있진 못하다.

박우범 위시켓 대표는 “AI 기술을 통해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중소기업의 적극적 수요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인되고 있지만, 실제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은 2.9% 정도로 낮게 나온다”면서 “이는 정부의 AI 신산업 육성 정책과 중소기업의 현장 체감 사이 큰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간극은 정부 지원의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박 대표는 지적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지원이 클라우드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위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기업 맞춤형 AI 개발 지원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또, 100조원의 AI 투자가 집행되다고 하더라도 이들 상당수가 인프라 구축에 집중되어 있어, 이를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특히,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공약에 ‘제조업’만 보이는 것도 우려했다. 박 대표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100조원 AI 투자 이야기가 나오는데,’이게 우리랑 가까운 이야기인가? 우리랑 무슨 상관이지?’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전체 중소기업 중 제조업을 제외한 기업의 비중이 70%를 넘는데, 이들이 어떻게 디지털 전환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느냐가 공약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AI 바우처 지원 대상을 기성 솔루션 구매 뿐만 아니라, 기업 데이터 기반 맞춤형 AI 솔루션 개발로 확대해야 한다고 박 대표는 제안했다. 또 ▲중소기업의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인프라를 도입하며 ▲데이터 거버넌스 컨설팅 등의 인프라 조성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값비싼 AI에 대한 지적도 현장에서 나왔다. 글로벌 빅테크가 쉬지 않고 AI 솔루션을 내놓고 있는데, 이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소기업이나 프리랜서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1인 기업 티핑포인트 최준호 대표는 “AI 툴만 7개 정도 쓰고 있다. 사무실 월 임대료보다, AI에 쓰는 비용이 더 크다”면서 “초거대 AI 기업에선 한 달에 300달러, 500달러짜리 엔터프라이즈 제품이 나오고 있는데, 프리랜서는 이런 엔터프라이즈 제품을 쓰는 기업들과 싸워야 하니 (그걸 따라잡기 위해 새로운 솔루션을 쓰느라)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 마치, AI가 또 하나의 월세가 될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임문영 위원장도 현실적 문제에 동의했다. 임 위원장은 “성장 사다리를 거쳐서 개발자가 클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어느 정도 경력을 가진 사람들만 원하고 있다. 사회가 중간에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몇 년 지난 다음에는 경력있는 사람을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것”이라며 “길게 보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 개발자들의 풀을 성장시키고 관리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스타트업을 비롯해 자금의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 실질적으로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AI 공급 바우처와 같은 제도 외에도,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이 내부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지은 코딧 대표는 “기업들이 기존의 오픈AI나 라마와 같은 제품을 잘 쓸 수 있도록 활용에 대한 지원을 해줘야 조금 더 빠르게 글로벌로 진출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최근에는 개발자 몇 명만 있어도 거대언어모델(LLM)에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붙여 AI 솔루션을 충분히 만들 수 있으므로, 이런 것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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